선우정아 "자신의 나약한 '그늘' 마주해야 자유로워지죠"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68 조회
- 목록
본문
정규 '너머' 두 번째 파트 발표…"K팝 스타와의 작업, 세계여행하는 느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자신의 그늘, 즉 어둡고 나약한 부분을 마주하지 않으면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이번 노래를 쓰면서 깨달았어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는 올해 정규음반 '너머'를 두 부분으로 나눠 발매하는 시도를 했다. 첫 번째 파트는 찬란한 해방을 담은 '블랙 시머'(Black Shimmer)였고, 두 번째 파트는 자유를 주제로 지난 18일 발매된 '화이트 셰이드'(White Shade)다.
그는 아티스트의 예리한 감성으로 현대인이 가진 고통의 근원인 내면,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그리고 이를 통한 자유 성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사옥에서 만난 선우정아는 "바깥의 상상보다는 내 안에서 노래를 끄집어내는 편"이라며 "모아두고 보니 다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그렇게 발버둥 친 거였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욕심'·'시샘'과 선공개곡 '기도'를 비롯해 '유즈드 스타'(Used Star)와 투 레이트'(Too Late)까지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선우정아의 시선은 빛을 잃어가는 오래된 별(유즈드 스타)에서 인간 마음속 그늘(욕심·시샘)을 파고든 뒤, 자유를 향해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투 레이트·기도)로 옮겨갔다.
앨범의 첫 트랙 '유즈드 스타'는 천체를 묘사한 노래일 수도 있지만, 대중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연예인을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소절의 '날 바래게 하는 것은 / 이 세월이 아닌 당신의 / 외면과 편견이라네' 하는 가사는 그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선우정아는 이러한 연예인의 '숙명'에 대해 "대중의 사랑을 받을수록 그만큼 어려움도 커지기에, (인기는) 양날의 검과 같다"면서도 "물론 저는 그 단계까지는 올라가 보지 않아서 모르는 영역"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어 "대중음악가로서 최선을 다해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비욘세를 꿈꾸던 어릴 때 가진 '스타의 꿈'은 잃은 지 오래"라며 말하고서 웃었다.
앨범의 두 타이틀곡인 '욕심'과 '시샘'은 쉽지 않은 주제, 그렇지만 어둡지 않고 순수한 보컬이 대조를 이루는 곡들이다.
특히 '욕심' 속 임수연의 첼로와 강이채·하범석의 만돌린 앙상블은 묘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선우정아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소망 같은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노래"라며 "불가능한 현실을 아는 처연함을 목소리에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만돌린 실연 사운드를 넣으니 햇빛이 쏟아지는, 윤슬이 부서지는 느낌이 났다. 가상 악기와는 비교가 안 됐다"며 "여기에 첼로까지 더하니 사운드의 숨이 더욱 커졌다. 다시 한번 실연의 힘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시샘'에서는 '넌 다 가졌잖아 / 난 거의 빈손이고 / 뭘 더 가지려는 거야 / 뭐가 더 부족한 거야'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비친 타인의 삶에 집착하는 우리들을 어둡지 않게 노래했다. 타인을 부러워하거나 미워하는 속된 마음을 '구겨지는 마음'이라는 구절로 표현해냈다.
선우정아는 "아무리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라도 노래마저 묵직하면 자주 듣기가 힘들다"며 "내가 좋아하는 곡들은 진중하더라도 듣기 편한 포인트가 있다. 이것을 먹먹한 보컬과 가볍고 창창한 사운드의 대치로 나타내봤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간이 그렇게 시샘하도록 만들어졌다"며 "나 역시 얼굴, 몸매, 재력, 도와주는 일손의 수, 콘텐츠 자본 등등 모든 면에서 시샘한 적이 있다. 식탐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일평생 관리해야 하는데 식탐 없다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 '기도'는 선우정아가 어릴 적 하늘로 떠나보낸 아버지에게 기도하는 듯한 곡이다. 이와 동시에 뮤직비디오에는 올해로 10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이 출연해 보는 이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선우정아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참담함을 버릴 수 없었고, 희생자가 (주로) 아이들이라는 게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이 가장 빛났다고 느꼈는데, 이들의 그 시절을 참사가 앗아갔다는 느낌에 힘들었다. 끝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지난 2006년 1집으로 데뷔한 선우정아는 18년의 세월 동안 대중음악계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입지를 다져왔다. 투애니원의 '아파', 아이브의 '이더 웨이'(Either Way) 등 자기 노래와는 전혀 다른 K팝 아이돌 그룹의 노래도 종종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그는 K팝 그룹과의 작업에 대해 "나처럼 혼자 하는 싱어송라이터는 자기 사는 동네만 돌아다니는 느낌"이라며 "그런데 K팝 그룹과 협업을 하면 세계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과거 YG에서 한 작업 덕분에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고, 음악이 '음학'(音學)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선우정아는 정규음반 '너머' 시리즈 완결을 기념해 연말 단독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다음 달에는 KBS 2TV 새 음악 여행 예능 '나라는 가수' 방송도 앞두고 있다.
"내년이면 40세인데,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삶을 단순화하는 여유를 찾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