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없숲' 감독 "누군가 쓰러진다면 '쿵' 소리 외면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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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완일 감독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감독이 할 일 없을 정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누군가 '쿵' 하고 쓰러질 때 그 소리를 다른 사람이 듣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더 빨리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라도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이하 '아없숲')는 매회 똑같은 내레이션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작품의 제목은 이 문장에서 비롯된다.
'아없숲' 연출을 담당한 모완일 감독은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 문장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그 상황을 직면한다면 그 소리를 듣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모 감독은 "작품 속 이야기처럼 꼭 흉악범이 벌이는 사건이 아니라도 살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있는데, 그 무너지는 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함께 듣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아없숲'은 의도치 않게 끔찍한 범죄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은 구상준(윤계상 분)과 비슷한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전영하(김윤석)의 이야기다. 드라마는 20년 전에 벌어진 구상준의 이야기와 현재 전영하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준다.
이 같은 독특한 구조는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고 전영하에게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다소 이해하기 어렵고 이야기가 불친절하게 느껴진다는 일부 시청자의 지적도 있었다.
모 감독은 이에 대해 "수긍이 된다"며 "시청자가 집중해야만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런 구조적인 한계가 시청에 큰 장벽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장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좀 더 노력했어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 감독은 "각본 단계부터 두 인물이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으면서도 같은 공간에 놓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 그렇게 쓰여 있었다"며 "그런 구조를 바꾸면 작품의 매력이 사라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작품을 향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호평을 받는 분위기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긴장감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데다 끔찍한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른바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들의 아픔이 생생하게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아없숲'은 공개 3일째인 이달 26일 넷플릭스 시리즈 가운데 시청 순위 세계 5위에 올랐고, 한국에선 25, 26일 이틀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좌절감과 극한의 슬픔을 연기한 윤계상,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서 점차 변화해가는 인물의 심경을 묘사한 김윤석, '술래'라는 별명의 예리한 형사로 변신한 이정은, 병적인 심리 상태를 가진 인물을 표현한 고민시 등이 모두 호평받고 있다.
모 감독은 "사실 이 작품처럼 캐스팅이 잘 되면 감독은 거의 놀아도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대본이 '이게 영상으로, 연기로 구현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워낙 흥미로운 글이라 출연을 제안받은 모든 배우가 승낙해줬다"고 설명했다.
고민시는 특히 이번 작품에서 의문스러운 분위기로 처음 등장했다가 중반부 이후 점점 감정을 터뜨리고 폭주하는 유성아를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모 감독은 그런 고민시에게 유성아가 설정상 "예뻐 보여야 하는 인물"이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네가 작두를 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 주문에 대해 모 감독은 "유성아는 논리적이지 않은 인물이고, 그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에 마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설명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며 "논리적인 배경으로 도움을 줄 수 없고 배우의 연기력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작두를 타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인물이 초반에 등장할 때 어떤 사연이 있어서 나쁜 길로 빠지는 것처럼 표현되기보다는 그냥 신비롭고 매력적인 인물로만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뜻을 전달하다 보니 '예뻐 보여야 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1년 KBS 공채 PD로 방송에 입문한 모 감독은 여러 드라마 조연출과 공동 연출을 거쳐 '뷰티풀 마인드'(2016)와 '미스티'(2018), '부부의 세계'(2020) 등을 연출했다. 2016년 KBS에서 퇴사해 JTBC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21년 스튜디오플로우로 다시 소속을 옮겼다.
현재까지 모 감독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리게 해준 작품은 단연 '부부의 세계'다. 최고 28%의 기록적인 시청률로 주목받았고, 모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연출상을 거머쥐었다.
모 감독은 '부부의 세계'보다도 '아없숲'에 더 큰 애정을 쏟고 있다며 "아직 더 큰 애정이 필요하고 더 성장해야만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