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결국 뒤돌아볼 수 밖에 없다…애니메이션 '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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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체인소 맨' 후지모토 다쓰키 작가 단편 원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서로의 재능을 알아본 소녀와 소녀가 만난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였던 그림 천재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한 주인공은 한동안 뿌듯함을 느끼지만, 몇 년 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그리고 무의미할 것을 알면서도 '만약에'라는 단서를 달아가며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으면 벌어졌을 일을 상상한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룩백'은 만화를 사랑하는 초등학교 4학년 소녀 두 명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다.
주인공 후지노는 스스로 만화에 재능이 있다고 믿는 아이로, 매주 학급신문에 4컷 만화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히키코모리 동급생 쿄모토가 그린 4컷 만화를 보고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는다.
둘은 함께 만화를 만들게 된다. 각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후지노 쿄'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내 공모전에 입상하고, 단편 만화를 여러 편 발표하며 만화가로 승승장구한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한 몸처럼 붙어 다니던 두 친구는 다른 길로 걸어 나간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영영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제목 '룩백'은 영어로 '돌아보다', '회상하다'라는 의미다.
삶을 살아가면서 '뒤돌아보지 말라'고 하지만, 무언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이를 지키기 어렵다.
후지노는 만화를 사랑했기에 쿄모토가 불러세우자 포기했던 만화를 다시 그리게 된다.
또 쿄모토를 사랑했기에 둘이 보낸 과거를 하나하나 회상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영어단어 '백'(back)에는 등이라는 뜻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인물들의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히키코모리였던 쿄모토는 후지노의 손에 이끌려 세상 밖으로 쏘다니게 된다. 뒤처져 달리는 그의 앞에는 언제나 후지노의 등이 있었다.
쿄모토와 경쟁할 때도, 함께 일할 때도, 그가 없는 세상에서 작업을 이어 나갈 때도 후지노는 관객을 등지고 일한다.
관객들은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후지노의 등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을 짐작하게 된다.
인기 일본만화 '체인소 맨'으로 2019년부터 지금까지 2천7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후지모토 다쓰키 작가의 2021년 단편작이 원작이다.
일본에서는 6월 28일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작가의 대표작 '체인소 맨'은 악마와 계약한 몸으로 다른 악마들을 사냥하는 내용에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주를 이루지만, '룩백'에서는 더없이 정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슬픔을 누르고 작업실에서 홀로 작업하는 후지노의 구부정한 뒷모습이 고요한 그림처럼 느껴진다.
9월 5일 개봉. 58분.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