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김상만 감독 "배우들 연기만으로도 만족 느끼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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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제작에 박찬욱 감독 참여…"연출엔 간섭 안 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지난 11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김상만 감독의 영화 '전,란'은 다채로운 캐릭터의 앙상블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작품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노비 검객 천영(강동원 분), 권세 있는 무신 집안 아들 종려(박정민), 무능한 임금 선조(차승원), 천민 의병 범동(김신록), 양반 출신 의병장 자령(진선규) 등이 강렬한 개성을 발휘하면서 조화를 이룬다.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관람 포인트로 "배우들의 호연"을 꼽으며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가 너무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것만으로도 관객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란'은 천영과 종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종려의 몸종인 천영은 검술이 뛰어나 종려에게 무예를 가르치고, 둘 사이엔 계급을 뛰어넘는 우정이 싹튼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곳곳에서 노비가 반란을 일으키고, 종려의 가족도 노비에게 몰살당한다. 종려가 그 배후에 천영이 있다고 의심하면서 둘은 원수가 된다.
김 감독은 주인공인 천영 역에 강동원을 캐스팅한 데 대해 "강동원 배우의 연기에선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내면의 자신감에서 오는 여유일 것"이라며 "그 점이 천영의 캐릭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강동원 배우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너무 잘생겨 노비 역할에 잘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낳은 것"이라며 웃었다.
박정민이 연기한 종려는 불행을 겪으면서 급격한 감정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김 감독은 종려에 관해 "뛰어난 연기력이 필요한 캐릭터"라며 "손꼽히는 연기력의 소유자인 박정민 배우가 적임자였다"고 했다.
그는 차승원이 연기한 선조를 두고 '역대급 선조'라는 반응이 나오는 데 대해선 "차승원 배우가 놀라운 캐릭터 해석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검술 액션은 '전,란'의 볼거리다. 극 중반 재회한 천영과 종려가 달빛을 받으며 벌이는 일대일 대결과 후반부 천영과 종려, 왜장 겐신(정성일)의 3자 대결은 대표적인 액션 장면으로 꼽힌다.
김 감독은 "액션을 위한 액션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칼싸움도 캐릭터의 감정이 서로 부딪치는 장면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전,란'은 거장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도 주목받았다. 미술감독 출신인 김 감독은 박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박 감독에 관해 "내겐 스승 같은 분"이라며 "('전,란'을 연출하면서) 박 감독님께 누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 감독이) 각본 과정에 참여했지만, 연출에는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며 "먼발치에서 지켜봐 줬다"고 회고했다.
이어 "(각본 단계에선) 우정이나 죽음의 주제를 다루다 보니 과도한 비장미나 신파적 요소가 들어갈 수 있었다"며 "박 감독님이 영화가 감상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해줬다"고 했다.
이 작품에선 판소리의 요소를 끌어들인 몇몇 장면도 눈에 띈다. 이 또한 박 감독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김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에 비슷한 장면이 있다며 "그에 대한 오마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란'은 액션 영화지만, 조선시대 신분제의 모순도 깊이 있게 조명한다. 김 감독은 "지금도 금수저와 흙수저처럼 계급을 구분하는 말이 쓰이지 않나"라며 "현 사회 제도에 대한 질문도 던지는 이야기"라고 했다.
미술감독 출신인 김 감독의 연출 데뷔작은 '걸스카우트'(2008)다. 그는 라디오를 소재로 한 스릴러인 두 번째 연출작 '심야의 FM'(2010)으로도 호평받았다. 김 감독은 "지금은 웹툰을 토대로 한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