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무서운 사람'…겨울철 극장가 찾는 오싹한 공포물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5 조회
- 목록
본문
기묘한 이웃과의 만남 그린 '세입자'·'원정빌라' 4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겨울철 몸을 더 오싹하게 할 공포 영화가 극장가를 찾는다. '블랙코미디 호러'를 표방한 '세입자'와 도시 괴담 '원정빌라'다.
두 편 모두 기묘한 이웃과의 만남을 통한 공포를 그려 귀신 등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통상의 공포물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 디스토피아 분위기의 호러 '세입자'
윤은경 감독의 영화 '세입자'는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는 공포 영화다. 서울에서 혼자 세입자로 살아가던 평범한 직장인 신동(김대건 분)이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월월세'를 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월월세는 월세를 내는 세입자가 또 다른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는 것을 말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이웃과의 동거가 영화의 주요한 공포 지점이다. 같이 살게 된 신혼부부 '월월세남'(허동원)과 '월월세녀'(박소현)는 모습부터가 기괴하다. 월월세남은 괴상한 중절모를 쓰고 월월세녀는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있다.
영화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이런 분위기를 강화한다. 배경이 되는 서울은 뿌연 대기가 가득하고 주거난이 있는 곳이다. 이들 세입자는 '지속 가능한 미래'와 '꿈', '자연' 등을 표방한 가상 도시 '스피어 2'로 탈출하고 싶어 한다. 현실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은 빠져나가야 하는 곳인 셈이다. 월월세, 직장에서의 생존 경쟁 등 우리네 현실을 빗댄 묘사는 블랙코미디 요소다.
흑백 화면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제작진은 촬영 뒤 편집 과정에서 흑백 화면을 선택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흐르던 영화가 맞이하는 결말은 관객에게 섬뜩함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준다.
'세입자'는 지난해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장편영화감독상과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받았다.
◇ 현실 도시 괴담 '원정빌라'
다소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세입자'와 달리 김선국 감독의 영화 '원정빌라'는 현실 도시 괴담을 표방했다.
원정빌라 203호에서 어머니, 조카와 사는 주현(이현우)은 윗집 303호에 사는 신혜(문정희)와 주차 문제, 층간 소음 등으로 부딪혀 불편한 사이다. 자기 조카를 무시하는 신혜를 보고 화가 난 주현은 길거리에서 받은 기천성령교회 홍보 전단지를 303호 우편함에 넣어버리고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휘말린다.
'원정빌라'의 공포는 가까운 이웃이 나와 다른 생각과 얼굴을 하는 데서 온다. 영화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웃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를 극대화한다. 카메라가 잡은 문정희의 얼굴은 섬뜩하다.
영화의 이야기가 현실적이라는 점은 공포감을 더한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빌라, 층간 소음을 둘러싼 이웃과의 갈등,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 등은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영화는 실제 재개발을 앞둔 빌라를 섭외하고 촬영해 현실감을 높였다.
다만 전체적인 서사는 성긴 편이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과정이나 주현이 사이비 종교 의식에 잠입하는 과정 등은 치밀하다기보다는 쉽게 축약한 느낌을 준다. 화면 구성 등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도 아쉬운 면이 있다.
제작진은 후반 작업을 하면서 오프닝 등 일부 장면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완성했다고 밝혔다.
'세입자'와 '원정빌라'는 오는 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