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수만 "SM 언제나 잘 되길 바라…'셀럽 로봇' 만들 날 기대"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34 조회
- 목록
본문
K팝 성장동력 '프로듀싱 시스템' 만들어…"문화 발전하면 경제성장 뒤따른다" 신념
"AI로 누구나 프로듀서 되는 시대"…나무 심기엔 "지구멸망 늦추려는 몸부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및 비저너리 리더(73·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겸 전 총괄 프로듀서)는 3일 28년간 이끌었던 SM에 대해 "언제나 잘 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수만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SM은 내 이름 아닌가? (웃음) 사랑하는 우리 (SM 소속) 아티스트들도 계속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수만은 1995년 2월 자기 이름의 이니셜과 같은 SM을 설립해 2023년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떠날 때까지 28년 동안 총괄 프로듀서로서 SM을 K팝을 선도하는 기획사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2023년 2∼3월 대형 이슈가 된 업계의 SM 인수전은 그를 둘러싼 많은 논란과 이야깃거리도 낳았다.
그간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온 이수만은 관련 질문에 "그 일(SM 인수전)은 오히려 내가 좀 더 빨리 미래를 향해 나가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수만과의 일문일답.
-- SM을 떠난 지 2년이 흘렀다. SM에 대한 솔직한 심경은.
▲ SM은 내 이름 아닌가? 하하. 나는 언제나 SM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SM 소속) 아티스트들도 계속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 그 일(SM 인수전)은 오히려 내가 좀 더 빨리 미래를 향해 나가는 계기가 됐다. 나는 다시 광야에 서 있다. 글로벌 뮤직을 계속할 것이므로 내가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세계와 음악의 접합점에서 (SM 가수들을) 또 좋은 기회로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2000년 H.O.T. 베이징 콘서트로부터 '한류'라는 단어가 나온 지 25년이고, SM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이에 대한 소회는.
▲ 1995년 SM을 창립할 때도, 이후 H.O.T.의 해외 진출을 도모할 때도 이렇게 말했다. '혼자서 꿈을 꾸면 한낱 꿈에 불과하지만, 다 같은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당시 한국 문화는 국제 사회에서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 팝과 일본 J팝이 대세였고, 우리 음악을 수출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해 보였다. 내가 1971년에 데뷔했는데, 당시 해외 유명 가수들의 내한 공연에 열광하는 대중을 보면서 우리의 음악과 가수가 해외에서 이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꾸준히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에서 '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Culture First, Economy Next·문화가 발전하면 경제 성장도 뒤따른다)를 신념으로 삼게 됐다. 한류가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한류를 세계적인 무브먼트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는 지난 30년간 우리 (SM) 아티스트, 작곡가, 임직원들과 모두 즐겁게 달려오며 함께 해낸 일이다. 그렇게 꿈을 꾸고 시작한 일들이 내게는 기적처럼 이뤄졌다.
-- SM은 코스닥 시장 상장(2000년)을 비롯해 유튜브 채널(2009년), 송 캠프 제작 시스템(2009년), 국내 콘서트 응원봉 중앙 제어(2016년), 온라인 전용 콘서트(2020년) 등 많은 요소를 K팝 시장에서 처음으로 시도했거나 도입했다.
▲ 이것들은 나 혼자 주도한 일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내준 직원들과 업계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 K팝 응원법, 온라인 콘서트, 떼창 등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를 더한다면 '프로듀싱'을 말하고 싶다. K팝 프로듀싱 시스템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것이다. 기획부터 공연까지, 아티스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프로듀싱해 시장에 전략적으로 내놓는 시스템이다.
-- K팝 프로듀싱 시스템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루키(연습생)를 발굴하고 오랜 시간 트레이닝해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하고 아티스트로 성장시키는 프로듀싱 시스템, 즉 초기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매니지먼트 산업 시스템을 만들었다. 우리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K팝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수이자 MC로서 음악과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성, 특히 해외 '빅마켓'을 봤다. 즉 해외 시장을 커버할 악곡 수집, 이러한 음악을 소화할 가수 트레이닝,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언어 교육 등 모든 측면에서 프로듀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와 프로듀서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조직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도록 문화를 프로듀싱하는 기술을 '컬처 테크놀로지'(Culture Technology·CT)로 명명하고 발전시켜왔다. CT는 SM의 근본적인 운영 체계로 작동했고, 한국에선 이러한 방법을 하나의 로직(원리)처럼 누구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K팝의 성장동력이었다.
-- SM과 결별 이후 '나는 미래로 간다'고 밝힌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이지만,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석사)한 공학도이기도 하다. 이런 내게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인류사 최대의 정보기술(IT) 세상이 펼쳐져 있다. 너무나도 기대되는, 꿈 같은 일이다. K팝은 세계로 뻗어나가 있고, 이를 더 심화할 수 있는 기술의 세상이 열려 있다. 마치 음악 인생이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AI는 음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 몇 년을 배우고, 장비를 갖추고,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했던 '음악 창작'에 대한 진입 장벽을 AI가 완전히 없애게 될 것이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노래 한 곡을 뚝딱 만들어준다. 누구나 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시작됐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아이들이 음악과 콘텐츠를 만드는 세상이 왔다. 나는 지금 각자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발견해내고, '플레이투크리에이트'(Play2Create·놀면서 창작)하는 플랫폼을 제작 중이다. 12∼16세 청소년이 나아갈 방향을 알고, 진로를 결정하게 도와주는 학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나의 구상안이다. 우리는 이 플랫폼을 'A2O 스쿨'(A2O School)이라 부른다.
-- A2O의 AI 활용 사례를 소개해 준다면.
▲ A2O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콘텐츠인 '핫 원'(Hot One)을 예시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핫 원' 영상 속 다양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장면 생성과 루키즈 산산(SANSAN)의 노래에 AI 보이스를 활용했다. AI를 활용한 챗봇 기술도 현재 상당히 상용화돼 있는데 그 챗봇이 셀러브리티(스타)면 더 좋지 않겠는가. 그러한 챗봇이 곧 공개될 예정이다.
-- 그간 프로듀싱한 노래를 통해 미래 세계, 온라인 세계, 메타버스 등 시대를 앞서가는 콘셉트를 선보여왔다. 새롭게 주목하는 아이템 또는 소재가 있다면.
▲ 셀러브리티와 로봇이다. 디지털 기기와 플랫폼이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는 만큼, 셀러브리티의 다양한 콘텐츠를 전 세계가 거의 동시에 즐기고 있다. 콘텐츠 향유 방식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어서 관련 비즈니스가 계속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로봇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덕분에 퍼스널라이즈드(Personalized·개인화)된 수많은 아바타와 로봇이 생겨날 것이다. 로봇의 세상에는 콘텐츠와 셀러브리티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커뮤니티들이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내가 만든 A2O 셀러브리티의 로봇이 여러분의 문 앞에 서서 노크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내 석사학위 논문 제목이 '로보틱 시스템 위드 컴퓨터 비전'(Robotic System with Computer Vision)이었는데, 약 40년이 지나 현실이 된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및 비저너리 리더(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2023년 9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LA 환경 개선 프로젝트' 출범식에 참석해 가로수를 심고 있다. 2023.9.29 [email protected]
-- 나무 심기 등을 하며 환경 이슈에도 큰 관심을 뒀는데.
▲ 지구는 병들었다. 지난 몇 년간 '탄소 제로' 운동을 했고, 나무 심기를 하며 그 중요성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응원도 받았지만, 셀러브리티와 나무 심기를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공격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무 심기는 엔터 산업의 지속가능성이나 다른 이해관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모두가 직면한 '지구 멸망의 시간'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다.
셀러브리티는 스타이자 사회와 지구의 일원으로서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에 기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지속가능성이란 말은 엔터 업계뿐만이 아니라 셀러브리티 저마다의 삶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팬들은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잘생기고 예쁜 셀러브리티를 지지하는 데에서 진화해 건강한 사회와 인적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도 탄소 제로 운동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