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AI와 아날로그 예술의 공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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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영기자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경일대 교수
    이은준 경일대 교수

    본인 제공

    지난 2022년 말, 걸그룹 뉴진스(NewJeans)는 신곡 '디토'의 뮤직비디오에서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 스타일로 재해석한 표현 기법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뉴진스는 뮤비에서 캠코더 특유의 질감과 분위기를 적극 활용했다.

    캠코더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영상 촬영 장치다. 고해상도의 깔끔한 디지털 이미지와는 달리, 화면에 특유의 노이즈, 부드러운 색감, 그리고 빛의 과다 노출 같은 아날로그적 특성을 담아냈다. 작품은 1990년대에 캠코더로 찍었다는 설정에 맞게 영상 비율을 4:3에 맞췄고 해상도도 720픽셀×480픽셀인 '브라운관' TV 감성에 맞췄다.

    뉴진스는 자기만의 레트로 콘셉트와 결합해, 뮤비를 과거의 따뜻함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들었다.

    또한 뮤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MZ세대에게 '구식'으로 여겨졌던 캠코더를 직접 들고 등장하기도 한다. 오래된 기술과 미디어를 다시금 흥미로운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캠코더 감성은 뉴진스가 촬영한 다른 뮤직비디오와 브이로그에서 자주 등장해 MZ세대에게 독특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뉴진스 '디토'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캠코더
    뉴진스 '디토'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캠코더

    [어도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뉴진스의 캠코더는 정체성과 인지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뮤직비디오나 SNS 콘텐츠에서 캠코더로 촬영된 장면은 일상적이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줘서 팬에게 마치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한 친밀감을 제공했다.

    팬덤 문화에서 바라보면 뉴진스의 이런 활동은 화려한 '아이돌'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공유하고 팬과 연결된 존재로 인식되게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뉴진스 '버블 검' 뮤직비디오
    뉴진스 '버블 검' 뮤직비디오

    [어도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캠코더의 부활과 중고 시장의 변화

    뉴진스의 캠코더 사용은 스타일적인 요소에만 그치지 않았다. 뉴진스를 통해 캠코더는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재탄생했고, MZ세대가 캠코더를 새로운 방식으로 발견하게 했다.

    캠코더에 대한 수요도 늘어 중고 캠코더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고물 취급을 받던 캠코더가 이제는 희소성과 레트로 감성으로 인해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제 중고 사이트에서는 중고 캠코더가 수십만원에 판매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인기 모델은 구하기조차 어려워졌다.

    MZ세대는 캠코더를 추억의 물건으로 간주하지 않고 창작의 도구로도 삼았다. 독특한 창작 가능성을 발견해 소셜 미디어에서 개인 브랜드를 표현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은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이다. 뉴진스의 팬뿐만 아니라, 유튜브의 영상 크리에이터 역시 이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콘텐츠에 레트로한 감각을 더하기 위해 캠코더를 구매하고 있다.

    ◇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이처럼 캠코더가 다시 유행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캠코더만의 독특한 색감에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완벽하고 깔끔한 디지털 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질감이 있다.

    흔들리는 화면, 자연스러운 조명 효과, 예상치 못한 순간이 그대로 기록되는 캠코더의 특성은 사용자에게 과거의 감성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특징은 현대의 디지털 세대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며, 창작의 가능성을 무한히 넓혀주는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캠코더는 작품을 만드는 미학적 도구 외에 사회적 소통의 도구로도 쓰인다. 많은 이가 캠코더로 촬영한 일상이나 친구와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커뮤니티까지 형성하고 있다.

    필자도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캠코더' 현상 같은 구식 미디어의 부활이 짧은 트렌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창작 활동의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 속에서도 인간이 느끼는 정서적 욕구와 미적 감각은 정말 중요하다. 캠코더 현상은 '과거로부터 배우기'와 '현대에서의 재해석'이 예술과 문화에서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많은 아티스트가 미디어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문화적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시에 소비자가 기술과 문화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 청음(聽音)을 넘어선 체험, LP

    LP 역시 마찬가지다.

    LP는 디지털 음원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두로 한때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졌다. 현재는 그 자체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체가 됐다.

    필자도 수많은 LP 마니아 중 한 명이다. LP는 아날로그 기술로 음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방식 때문에 디지털 음원과는 다른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음악 애호가는 이러한 아날로그적 특성 덕분에 LP에 매료된다. 또한 LP를 듣는 행위를 일종의 의식처럼 여기기도 한다.

    CD나 MP3와 달리 LP는 재생 시 바늘이 레코드를 스쳐 가는 소리, 회전하는 디스크의 질감 등 독특한 물리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특성은 디지털 기술로 구현할 수 없는 독특한 음향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LP의 커버 아트는 디지털 음원에서는 볼 수 없는 중요한 예술적 요소다.

    앨범 커버 디자인의 독특함과 창의성이 큰 가치를 지닌다. LP의 크기는 커버 아트나 앨범 디자인을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시선으로 LP를 바라보면 LP 청음은 음악을 단순한 청각적 경험보다 시각적, 물리적 경험으로 확장시켜 준다. LP가 음악을 재생하는 매체를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도 예술과 수집 가치를 지닌 중요한 객체로 다시 주목받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은 위협적이거나 파괴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은 예술의 변화를 촉진하고, 예술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고전 예술의 가치와 매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 특유의 '희소성'과 감성적인 깊이가 더욱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지금 시대 예술의 다양한 형태와 소비 방식은 점차 다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예술과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서 중요한 주제로 떠오를 것이다.

    오래된 사자성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논어'의 위정 편에 나오는 내용이니 2천년도 더 된 말이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뜻인데 캠코더와 LP의 부활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도 이 사자성어가 기막히게 들어맞는 현상은 놀랍다.

    아니, 옛 기술(캠코더)인 '테크네'가 현시대에 '아르스'가 된 상황(새로운 레트로 감성의 뮤비)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그렇게 세상은 돌고 돌며, 인생 또한 짧고 예술은 긴 것으로 보인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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