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페기 구 손짓에 관객들은 무아지경…"오늘 밤 빛낸건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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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마당 88잔디마당서 '2024 슬라슬라' 개막…오는 13일까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 무대는 저의 무대가 아닌 우리의 무대입니다. 여러분이 즐거워야 저도 즐겁습니다!"
가을밤 쌀쌀한 공기에 몸을 움츠리던 관객들이 빠른 박자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몸을 흔들며 열을 내기 시작했다. 붉은 조명을 밝힌 무대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어느새 흥에 취한 듯 외투마저 벗어 던진 채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11일 음악 축제 '2024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SLOW LIFE SLOW LIVE)가 펼쳐진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은 DJ 페기 구의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로 초대형 클럽을 방불케 했다.
페기 구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약하는 한국인 DJ 겸 음악 프로듀서다. 런던 패션 대학에 다니던 중 DJ 기술을 배워 음악 활동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코첼라·글래스턴베리 등 유명 음악 축제에 출연한 경력을 가진 그는 '(잇 고즈 라이크) 나나나'((It Goes Like) Nanana)가 영국 오피셜 차트 '톱 100' 5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날 페기 구는 잠시 마이크를 들어 호응을 유도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말 없이 음악을 들려주는 데 열중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예정됐던 '보일러 룸' 콘서트가 안전상 이유로 취소된 데 대해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했다.
페기 구는 공연 시작부터 베이스를 강조한 힙합과 테크노 장르 트랙을 리믹스해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여유로운 손놀림으로 무대를 조율하는 가운데 힙합 트랙을 믹싱한 곡에서는 경적을 연상시키는 음향효과로 분위기를 띄웠다.
잔디밭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하나둘 몸을 일으키고 무대 위 댄서의 절도 있는 춤동작을 따라 했다.
이어 대표곡 '(잇 고즈 라이크) 나나나'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후렴구를 따라부르며 흥을 즐겼다. 페기 구 역시 턴테이블에서 손을 놓고 여유로운 웨이브로 리듬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페기 구는 "무대를 앞두고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며 "오늘 우리의 팀워크는 환상적이다. 여러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리며 관객과 소통하다 관객이 '페기'를 연호하자 환한 미소로 화답하기도 했다.
공연 막바지 페기 구는 한국어 노래 가사를 삽입한 '스타리 나이트'(Starry Night)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공연을 찾은 관객에게 연신 인사를 건네며 감사를 표한 그는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을 약속했다.
"올해 제가 만난 최고의 관객이십니다. 여러분이 오늘 밤을 빛내주셨어요!"
이날 잔디마당을 채운 관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금요일 밤의 여유를 즐겼다.
무대 앞 스탠딩 구역에서 손을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타는가 하면, 일부 관객들은 잔디밭에 마련된 돗자리와 테이블에서 식사와 함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지인과 공연장을 찾은 이수형(29) 씨는 "지난번 '보일러 룸' 공연이 취소되어 아쉽게도 페기 구의 공연을 못 봤다"며 "페기 구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장르를 이끌고 있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응원했다.
여인제(32) 씨는 "자리를 구역별로 나눠 더 많은 관객이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한 점이 좋다"며 "대중적인 라인업을 구성한 점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는 같은 장소에서 13일까지 이어진다.
이날은 페기 구를 필두로 한국계 미국인 DJ 예지(Yaeji)와 한국계 미국인 래퍼 오드리 누나가 공연을 펼쳤다.
12일 공연에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가수 조지를 필두로 국내 유명 밴드 실리카겔과 바밍타이거 등이 출연한다. 13일에는 영국의 팝 듀오 혼네와 싱어송라이터 커린 베일리 레이, 가수 정세운과 밴드 글렌체크 등이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