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아이돌도 '오빠'가 될 수 있다…팬들 몰입시킨 플레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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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성기자

    5∼6일 잠실서 팬콘서트…무대와 객석 넘나들며 호응 유도

    플레이브 팬 콘서트 포스터
    플레이브 팬 콘서트 포스터

    [블래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오빠 하민입니다!"

    스크린 속 인간의 모습을 한 캐릭터가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그리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만화 속 캐릭터를 그대로 옮긴 듯한 작은 얼굴과 잘록한 허리는 실제 사람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멤버들의 손짓 한 번에 응원봉을 흔들고, 말 한마디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소리를 지르는 팬들은 이들을 자연스럽게 '오빠'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앙코르 콘서트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Hello, Asterum! ENCORE)는 여느 아이돌 그룹 못지않게 팬들을 몰입시켰다.

    플레이브
    플레이브

    [블래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플레이브는 지난해 데뷔한 5인조 가상 아이돌 그룹이다. 실제 사람이 무대에 오르는 기존 아이돌 그룹과 달리 사람을 본뜬 캐릭터가 공연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소위 '본체'로 불리는 실연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래와 안무를 소화하면 캐릭터들이 이를 따라 움직인다.

    빠른 속도로 팬층을 키워나간 이들은 지난 4월 가상 아이돌 최초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며 음악적 역량을 증명했다. 이번 팬 콘서트 또한 5∼6일 양일 매진을 기록했다.

    멤버들은 이날도 첫 곡 '기다릴게'부터 자연스러운 군무와 시원한 가창력으로 실력을 뽐냈다. 한 멤버가 다른 멤버의 허벅지를 밟고 올라서는 고난도 안무를 소화하기도 했다.

    노래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의상과 무대 배경도 볼거리였다. 콘서트홀을 배경으로 노래하던 멤버들은 '왜요 왜요 왜?'에서 순식간에 해변 특설무대로 이동해 상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대 위에서 촬영한 객석의 영상과 멤버들의 모습을 합성해 실제 무대를 연상시킨 점도 눈에 띄었다. 멤버 은호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장면에서는 무대 앞쪽에서 실제 불을 뿜는 무대효과로 몰입감을 유지했다.

    멤버들 또한 앨범 녹음 과정에서 피자를 대접한 이야기를 주고받는가 하면 일상 속 경험을 공유하며 관객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집중했다.

    다만 노래를 부르는 입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거나, 실연자가 땀을 닦을 때 손가락이 어색하게 보이는 등 기술적인 한계도 노출했다.

    플레이브 포토월 사진
    플레이브 포토월 사진

    [블래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이 중반부에 접어들자 플레이브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며 눈을 사로잡는 경험을 선사했다. 무대를 벗어난 멤버들이 객석 중앙 원형 무대에 설치된 소형 스크린 속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

    먼 발치에서 멤버들을 바라만 봐야 했던 팬들은 플레이브가 코앞에서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어주자 손을 뻗으며 공연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분위기를 끌어올린 플레이브는 '웨이 포 러브'(WAY 4 LUV)를 비롯해 미발매 곡 '12시32분'을 부르며 공연을 마쳤다. 멤버들은 그동안의 활동에서 가상 아이돌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팬들 덕분에 제 인생에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없어졌습니다. 앞으로도 팬들만을 위해 노래하며 다음 챕터를 향해 달려가겠습니다." (예준)

    이날 팬들은 공연장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거나, 손수 만든 간식이나 굿즈를 나눠주는 등 다른 공연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콘서트를 즐겼다.

    그러나 모두 플레이브의 콘서트에서 특별한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팬들에게 손수 만든 스티커를 나눈 강민서(19)씨는 "캐릭터들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등 일반적인 콘서트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매력"이라며 "캐릭터의 손 모양이 갑자기 뒤집히는 등 기술적인 오류가 발생했을 때 유쾌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재미있다"고 밝혔다.

    이수민(24)씨 역시 "아직 가상 아티스트가 생소한 한국에서 플레이브의 무대는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단순히 신기할 뿐만 아니라 작곡, 작사도 할 수 있고 실력을 갖추고 있어 플레이브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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