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가족' 황인엽 "말 대신 눈으로 감정 전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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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상처 간직한 김산하 역…"엄마와의 관계도 결국은 사랑"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말보다 더 설득력 있는 표현은 눈빛인 것 같아요. 눈에 담긴 감정은 진심이거든요."
어려서부터 어른스럽고 속이 깊다는 소리를 들어온 김산하(황인엽 분)는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삭이고, 기쁜 일이 있어도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캐릭터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감정 표현의 폭이 크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황인엽은 2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말 대신 눈으로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기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눈빛"이라며 "좋아하고, 아파하고, 화내는 마음을 다 눈빛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립식 가족'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처럼 10대 시절을 함께했던 세 남녀가 10년 만에 다시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 로맨스물이다.
황인엽이 연기한 김산하는 여덟살 때 여동생을 사고로 잃었다.
남겨진 가족 세 명은 서울에 있는 모든 걸 버리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는데, 슬픔을 견디지 못한 엄마도 아빠와 이혼하고 김산하의 곁을 떠나버렸다.
그때, 산하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바로 아래층 사는 윤주원(정채연)과 그의 아버지 윤정재(최원영)였다. 이웃으로 만난 이들은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매일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는 식구가 된다.
황인엽은 "이 드라마는 제목 그대로 각자 다른 모양의 조각이었던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갖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하나의 가족으로 조립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립식 가족'이라는 제목이 생기기 전에는 '사랑의 형태'라는 제목도 좋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었다"고 돌아봤다.
"작품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나왔던 것 같아요. 산하와 아빠 사이에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이 있었고, 산하와 엄마는 서로에게 닿지 않는 사랑이었죠. 윤정재는 산하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사랑을 보여줬고, 저와 주원이의 사랑은 서로를 구원해주는 사랑이었어요."
보다 복잡한 관계의 사랑도 있었다. 고작 여덟살이었던 아들을 버리고 매정하게 떠나갔던 김산하의 엄마는 10년 만에 다시 그를 찾아와 혈육이라는 이유로 아들에게 온갖 책임을 지운다.
황인엽은 "산하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가 모질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바탕에는 사랑이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깊은 상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참기만 하는 산하를 답답하게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산하에게 엄마는 안기고 싶은 존재이자, 안아주고 싶은 상대였습니다. 엄마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결국 스스로에게도 상처가 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죠."
황인엽은 모델로 활동하다 2018년 웹드라마 '와이: 당신이 연인에게 차인 진짜 이유'로 배우로 데뷔했으며 드라마 '여신강림', '왜 오수재인가' 등에 출연했다.
다음에 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발랄한 로맨틱코미디를 꼽았다.
"매 순간이 계속 도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연기할지 예상이 안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