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사장 "작년 흥행 실패로 성공 당연하지 않다는 것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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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D23'서 경영진 미디어 행사…"재정비 후 '데드풀과 울버린' 성공"
픽사 임원 "'인사이드 아웃 2' 성공은 '불안' 캐릭터 덕분"
(애너하임[미 캘리포니아]=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이 지난해 마블 영화의 흥행 실패를 언급하면서 그 경험을 계기로 성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파이기 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의 'D23: 글로벌 팬 이벤트' 미디어 행사에서 "우리가 그동안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것은 매우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개봉하는) 모든 것이 기록을 깰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우리가 지난해 처음으로 몇몇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을 때 나는 그것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거기서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그것은 이제 성공을 거뒀을 때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 디즈니 내부에서 '인사이드 아웃 2'와 '데드풀과 울버린'의 성공을 축하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모두 정말 기뻐했고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더 마블스'는 제작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2억달러(2천650억원)의 수익으로 역대 마블 영화 중 최저 성적을 기록했고, 작년 2월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도 부진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 개봉한 '데드풀과 울버린'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3주 만에 10억2천900만달러(약 1조4천46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리며 R등급(17세 이하는 보호자 동반이 필요한 영화) 영화로는 역대 두 번째 흥행 기록을 썼다.
이 영화는 20세기폭스 스튜디오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던 데드풀과 울버린 등 일부 마블 코믹스 캐릭터들이 2019년 디즈니의 20세기폭스 인수에 따라 마블 스튜디오로 넘어오면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파이기 사장은 마블 코믹스의 방대한 이야기와 캐릭터 중 어떤 것을 영화로 만들지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 "지난 수년 동안은 우리가 어떤 권리(지적재산권)를 갖고 있는가에서 생각을 시작했다"며 "이제 모두(모든 권리)가 집(마블 스튜디오)에 돌아왔으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마블의 놀랍고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세대를 넘나드는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디즈니플러스(+)에서 마블의 히트작 중 하나는 미취학 아동용 시리즈인 '스파이더맨과 그의 놀라운 친구들'이고,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인 최고의 영화는 바로 (R등급인) '데드풀과 울버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덕분에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맞춤형으로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이날 미디어 행사에는 파이기 사장을 비롯해 피트 닥터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와 제니퍼 리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사장, 앨런 버그먼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디즈니 산하 영화 스튜디오의 창작을 책임지는 핵심 임원들이다.
닥터 픽사 CCO는 '인사이드 아웃 2'의 성공 요인에 대해 "사람들이 1편을 이미 좋아했고, 이에 더해 '불안'이란 캐릭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약간 슬픈 일이지만 세상에는 분명히 불안이란 감정이 있고,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재밌는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큰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그 영화를 보는 첫 번째 관객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우리 자신의 기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현재 애니메이션 신작 '모아나 2'와 '겨울왕국 3'을 제작 중인 디즈니 스튜디오의 리 CCO는 어려운 창작 과정에서도 새로운 도전과 협업을 서로 독려하는 디즈니의 내부 기조에 힘입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버그먼 회장은 "우리는 7개의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고 각 브랜드의 힘이 강하지만, 우리 내부의 놀라운 인재들 없이는 그런 힘들이 약해지고 사라질 수 있다"며 "우리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여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각 스튜디오의 창작 책임자들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