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위해 다시한번"…투애니원 필두로 줄잇는 걸그룹 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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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여자친구·피에스타 등 음원 발매·콘서트 이어져
"아이돌 재결합, 차트 진입 어려운 상황에서 매력적 선택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1. "돈을 조금씩 모아서 피에스타 '짠해'의 저작권을 샀어. 멤버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싶었거든." (차오루)
#2. "러블리즈가 올해 안에 뭉치지 않으면 더 이상 뭉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대로 가면 잊히겠다는 생각에 (멤버) 미주에게 도움을 청했지." (서지수)
팀 활동이 끝난 뒤 모두의 추억 속에만 남아있던 걸그룹들이 무대로 돌아왔다. 다시 한번 팬들을 만날 기회를 얻은 멤버들은 노래 저작권까지 직접 구입하는 열의를 보이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30일 가요계에 따르면 투애니원,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 아이돌 그룹들이 재결합으로 팬들을 만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파이어'(Fire),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 등 숱한 히트곡으로 활약한 걸그룹 투애니원은 다음 달 5∼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WELCOME BACK IN SEOUL)을 개최한다.
투애니원이 단독 콘서트에 나서는 것은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투애니원은 2016년을 끝으로 팀을 해체한 뒤 멤버별 솔로 활동에 집중했다.
멤버들은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올해 콘서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에게 전했다. 그 결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를 개최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 활동한 러블리즈와 여자친구도 잇달아 재결합 소식을 들려줬다. 각각 2014년, 2015년 데뷔한 두 팀은 2021년 전속계약이 만료된 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러블리즈는 11월 16∼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콘서트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4'를 개최한 뒤 마카오와 대만 투어에 나선다. 여자친구 또한 내년 1월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로 활동 종료 4년 만에 재결합한다.
이들 그룹이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시 뭉쳐 의미 있는 활동을 남기고 싶다는 멤버들의 의지였다. 팬들 역시 멤버들이 보여준 성의에 화답하고 있다.
차오루는 개인 유튜브 채널 '차오루'에 "활동을 하며 한 번도 1위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아쉬움이 늘 마음에 남았다"며 "계약이 종료된 후 재결합에 투자할 회사를 찾기 어려워 오직 저희의 힘으로 기회를 만들어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으로 돈을 모아 '짠해' 저작권을 구매한 사실을 이야기하며 '뼈 빠지게 일했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기기도 했다.
러블리즈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완전체로 무대를 선보인 것이 계기가 되어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됐다.
서지수는 개인 유튜브 채널 '뚜락실'에서 "방송으로 러블리즈가 뭉친 것을 보고 (팀 활동 당시) 소속사에서 먼저 콘서트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투애니원의 경우 한국과 일본 공연이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서울 공연의 경우 최대 3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홀에서 열리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수요에 비해 공연장 규모가 작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속사는 "최선을 다해 진행이 가능한 공연장을 탐색했지만, 큰 공연장 예약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며 팬들을 달래야 했다.
양 총괄 프로듀서는 "투애니원과 함께 자라고 그들의 음악을 듣던 세대들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에 공연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은 소속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다. 특히 신곡과 신인이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운 가요계에서 탄탄한 팬덤을 갖춘 아이돌의 재결합은 안정성을 담보하며 화제를 유발할 수 있는 기획인 셈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신곡이 음원 차트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면서 기획사들은 다른 활로를 찾고 있다"며 "아이돌 재결합은 검증된 브랜드로 이슈를 일으킬 수 있는 선택지다. 리메이크 음원 발매도 낯익은 멜로디로 차트 진입을 노리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연 시장의 활황도 영향을 미쳤다. 재결합의 가장 주된 콘텐츠인 콘서트와 투어는 수익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