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로 돌아온 '멜로 장인' 허진호 "사회에 질문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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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기자

    신작 '보통의 가족' 내달 개봉…"도덕·윤리 한순간 무너지는 과정"

    '보통의 가족' 연출한 허진호 감독
    '보통의 가족' 연출한 허진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감성으로 충만한 멜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봄날은 간다'(2001)의 허진호 감독이 서늘한 스릴러로 돌아왔다.

    다음 달 16일 개봉하는 허 감독의 신작 '보통의 가족'은 고학력 엘리트인 변호사와 의사 가정이 자녀의 범죄를 마주하면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그린 심리 스릴러다.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 감독은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라며 "사회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도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됐다.

    허 감독은 "기존에 나온 영화들이 다 뛰어나 부담을 느낀 게 사실"이라며 "이야기를 한국으로 가져와 우리 상황에 맞게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돌아봤다.

    '보통의 가족'은 한국 사회의 자녀 교육 문제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변호사인 재완(설경구 분)의 딸은 외국 명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재완의 동생인 의사 재규(장동건)는 사교육을 위해 아들을 강남으로 전학시킨다.

    영화는 교육 문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극심한 빈부 격차와 양극화도 건드리면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러나 '보통의 가족'은 사회 문제에 관해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재완과 그의 아내 지수(수현), 재규와 아내 연경(김희애) 네 사람의 내면에 균열이 생기는 과정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영화 '보통의 가족'
    영화 '보통의 가족'

    [하이브미디어코프·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허 감독은 "우리가 가진 신념, 도덕, 윤리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양면성은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주제"라고도 했다.

    '보통의 가족'은 연기의 향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베테랑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의 뛰어난 연기가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할리우드에서 연기를 다져온 수현도 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특히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김희애의 연기가 돋보인다. 허 감독은 "김희애 배우는 나보다도 작품 경험이 많은 연기자"라며 "(촬영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과 속도감을 높이면서 캐릭터의 심리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며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배우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보통의 가족'은 서늘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흐르다가도 중간중간 관객의 웃음을 터뜨린다. 여기에도 김희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허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도 (시나리오 이상의) 유머를 불어넣으려고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스릴러는 허 감독의 장기인 멜로와는 확연히 다른 장르 같지만, 통하는 부분도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둘 다 감정이 급격하게 움직이는 장르"라며 "감정과 정서의 부딪침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 스릴러로 돌아온 데는 멜로라는 장르에 대한 고민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요즘 멜로는 극장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 상업적인 면에서 힘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며 "대중적인 힘을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해야 한다. 좀 더 새로워져야 하고 다른 장르와 섞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영화 '보통의 가족'
    영화 '보통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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