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넘어 펼쳐지는 마녀의 노래…영화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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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 양쯔충 등 출연…거대한 스케일에 주요 넘버
국내 뮤지컬 배우 참여한 더빙판도 상영…내년 파트2 개봉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먼치킨랜드 영주의 맏딸인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는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났다. 남들과 다른 피부색 탓에 또래에게 멸시당하고 아버지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
그런 그에겐 신비한 힘이 있다. 분노 등의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 그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이 흘러나와 주변의 물건들이 날아다니고 유리를 깨뜨린다. 태어나자마자 주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던 엘파바다.
그는 동생을 따라 쉬즈 대학교 입학식에 갔다가 마법사인 대학교 총장 마담 모리블(양쯔충)의 눈에 띄어 입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생이자 마법사를 꿈꾸는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를 만난다.
영화 '위키드'는 엘파바가 학교에 들어간 이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인 뮤지컬 '위키드'를 본 관객이라면 익숙한 이야기다.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토니상 등 각종 상을 휩쓴 21세기 대표 작품 중 하나다.
영화는 뮤지컬 원작의 이야기와 주요 넘버를 따라간다. 오프닝 '악한 자, 넌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를 비롯해 '마법사와 나'(The Wizard And I) 등 뮤지컬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할 노래가 펼쳐진다. 배우들은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촬영할 때 사전 녹음이 아닌 라이브로 노래를 소화했다.
넘버 '춤추듯 인생을'(Dancing Through)에서 원형으로 돌아가는 책장 등을 활용한 배우들의 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로서의 재미도 충실하다. 서쪽 마녀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오프닝에서 카메라는 어두운 방에서 시작해 거대한 폭포와 튤립밭을 연이어 담아내는데, '꿈과 환상의 장소'라 느낄 만큼의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백미다. 뮤지컬 '위키드'의 명곡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가 나오는 가운데 엘파바가 마녀로서 날아오르는 장면은 무대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전율을 느끼게 한다. 노래에 익숙한 뮤지컬 팬들에게도 감동을 줄 법하다. 슬로 모션의 적절한 활용도 영화적 쾌감을 더한다.
영화는 토니상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신시아 에리보,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 양쯔충(양자경)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또 다른 주인공 글린다를 연기한 아리아나 그란데는 능청스럽고 새침한 연기를 펼쳐 웃음을 자아낸다. 그가 부르는 '파퓰러'(Popular)도 관전 요소다.
국내 뮤지컬 배우와 성우들이 참여한 한국어판 더빙 버전도 상영해 또 다른 재미를 줄 예정이다. 뮤지컬 '위키드'에 참여했던 박혜나와 정선아가 각각 엘파바, 글린다를 소화했다.
연출은 '지.아이.조 2',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으로 친숙한 존 추 감독이 맡았다.
이번 영화는 뮤지컬상 1막까지를 다룬다.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파트 2는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20일 개봉. 160분.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