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모든' 미야케 감독 "내일부턴 잘살아 보잔 마음 갖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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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보람기자

    한국 개봉 기념 내한…"점점 나와는 다른 존재에 눈뜨게 돼"

    "'젊은 거장' 수식어 부담 없어…나이에 맞는 영화 계속 찍을 것"

    영화 '새벽의 모든' 연출한 미야케 쇼 감독
    영화 '새벽의 모든' 연출한 미야케 쇼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얄팍한 희망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관객들이 보고 나서 '내일부터는 힘을 내서 잘살아 보자' 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랐습니다."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새벽의 모든'의 미야케 쇼 감독은 작품의 기획 의도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그는 '새벽의 모든'의 지난 18일 한국 개봉을 계기로 서울을 방문 중이다.

    지난 5월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새벽의 모든'은 PMS(월경 전 증후군)를 앓는 젊은 여성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 분)와 공황장애를 가진 남성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가 자그마한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은 회사라는 공동체에 속해 우정을 나누면서 서로를 지탱하는 사이가 된다.

    미야케 감독은 "병을 앓는 사람은 의학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며 "주변 사람들이 이들을 도와줌으로써 모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인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에서는 청각장애를 가진 여성 권투 선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야케 감독은 이전까지는 자기와 비슷한 지점이 많은 인물을 그려왔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다른 존재에 눈뜨게 됐다고 한다.

    "게이코('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주인공)는 저와 성별부터 나이, 장애 유무 등 모든 것이 달라요. 후지사와나 야마조에와 달리 저는 PMS나 공황장애도 없지요. 하지만 이젠 저와 아주 먼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젊었을 때의 저는 그러질 못했어요. 그만큼 성장한 거지요."

    영화 '새벽의 모든' 속 한 장면
    영화 '새벽의 모든' 속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새벽의 모든'은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소설을 뼈대로 만들어졌다.

    두 주인공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인물이라는 점,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적극적인 캐릭터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미야케 감독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가장 잡아끌었던 부분은 야마조에와 후지사와가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보면 고민을 안은 남녀가 연애를 통해 행복을 찾는 스토리가 많잖아요. 현실에선 남녀가 연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 많은 데도요. 전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고, 배우들도 커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신경 써서 연기했지요."

    성별이 다른 동료 간의 끈끈한 연대를 보며 일본에서는 "저런 회사가 어딨느냐"고 얘기하는 관객도 많다고 한다.

    미야케 감독 역시 "현실은 차갑다는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면서도 "(작품에 등장하는 회사처럼) 좋은 장소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의도가 전해진 듯 '새벽의 모든'은 개봉 이후 한국 관객들로부터 불안한 시대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영화 '새벽의 모든' 속 한 장면
    영화 '새벽의 모든' 속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야케 감독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를 비롯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과 '새벽의 모든'까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고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후카다 고지 등과 더불어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이 같은 수식어로 불리는 데 대해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고 부담도 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하마구치, 후카다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친하지만, 찍는 영화는 완전히 달라요. 영화에 대한 접근법이나 배우를 활용하는 법 등 모든 것이 다르죠. 그래서 이른바 일본의 '뉴 제너레이션'(새로운 세대) 영화가 더 풍부하고 다양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제 나이에 찍을 수 있는 영화를 계속해서 찍고 싶어요. 40대, 50대에도 작품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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