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는 반일 드라마 아냐…연출자로서 큰 모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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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2 연출한 정동윤 감독 인터뷰…"세계적인 시청자들의 관심 감사"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이 작품은 반일 드라마가 아닙니다. 일본이 싫다는 게 아니라, 당시 우리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과 그들이 했던 일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를 연출한 정동윤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즌1 공개 후에는 기대치만큼 못 했다는 마음이 커서 좀 처져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노력이 결실을 보는 기분"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우리끼리 알고 있는 역사를 해외에서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게 큰 목표였는데 (의도했던 부분이) 잘 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넷플릭스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경성크리처' 시즌2가 일본에서 현재 4위를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이틀 연속 10위 안에 들었다더라"며 "사람들이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성크리처' 시즌2는 일제의 생체 실험으로 탄생한 미지의 생명체 '나진'이 몸에 침투해 늙지도, 죽지도 못하고 1945년부터 홀로 세월의 무게를 버텨온 윤채옥(한소희 분)이 사랑했던 남자 장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장호재(박서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1은 한반도의 해방을 앞둔 1945년 경성에서 일제의 잔인한 생체 실험으로 괴수가 탄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고, 시즌2는 비슷한 실험이 2024년 서울에서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설정을 내세웠다.
정 감독은 시즌1과 시즌2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용서와 망각은 다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즌1에서는 일본군이라는 거대하고 명확한 주적이 있었다면, 시즌2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을 담았다"며 "(친일하면서 권력을 누리다가) 광복 후 이름을 바꾸고, 다시 사회에 녹아들어서 기득권으로 살아간 사람들이 있는데, 시즌2에 나오는 전승제약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그런 사람들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각자의 아픈 역사가 있는 다른 나라 시청자들도 우리가 겪은 역사와 우리가 내는 목소리에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겪어냈던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아직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가 왜 용서해야 하느냐'는 박서준 배우의 대사를 통해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대세 배우' 박서준, 한소희가 주연으로 나섰고, 넷플릭스가 제작비 총 700억원을 쏟아부은 '경성크리처'는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시즌1 공개 후 시청자들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었다.
시각적인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장르가 가늠이 안 된다는 등 반응이 나왔었다.
정 감독은 "시즌1 공개 이후 시청자 피드백을 듣고 편집을 다시 했다"며 "속도감을 확실하게 끌어올리려고 했고, 초반에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걷어내는 식으로 오락적 재미를 살렸다"고 짚었다.
그는 "덕분에 사람들이 시즌2는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다시 편집했다 보니 시즌1과 시즌2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 편인데, 연출자로서 쉽지 않은 모험이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총 7부작으로 만들어진 '경성크리처' 시즌2는 쿠키 영상을 통해 시즌3을 암시하는 듯한 '떡밥'을 남기기도 했는데, 정 감독은 "개인적으로 시즌3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구상을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식으로 끝을 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스토브리그',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을 만든 정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크리처물에 도전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외계인을 소재로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외계인 이야기를 좋아해요. ('경성크리처' 강은경) 작가님한테도 외계인 이야기 (같이) 하면 안 되냐고 여쭤봤어요. (웃음) '더문'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한국에서 이런 작품도 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해볼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