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노석준의 메타버스 세상…아바타의 과거와 미래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속편이 나오기도 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는 파란 피부를 가진 거구의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아바타는 주인공을 대신해 영화에서 주연처럼 활약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상상력과 우수한 그래픽 기술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현대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개념을 개봉 당시 2009년이었던 영화에서 그대로 구현하며 미래를 예지했다는 것이 감탄스러울 정도다.

2150년의 지구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인류는 에너지 고갈로 황폐해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1㎏에 2천만 달러나 하는 '언옵테늄'(Unobtainium, 소설·사고 실험·공학 등에서 나오는 가상의 물질이자 금속으로 획득하기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특징이 있음)을 채취하려고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다.

지구에서 6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판도라 행성은 거대한 암석이 공중에 떠다니고 커다란 나무들이 밀림을 이루고 있는 신비로운 곳이다. 하지만 대기 중의 강한 독성 물질 때문에 인간은 그 행성에서 살 수가 없다.

인류는 판도라의 원주민인 나비족과 접촉하고 이들과 교류하기 위해 나비족의 DNA와 인간의 DNA를 융합한 인공 육체를 가진 아바타를 만든다. 영화의 주인공인 해병대 수색대 출신의 하반신 장애인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를 자유롭게 조정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 역사 속 아바타에서 미래의 아바타까지

현대 메타버스의 주인공이자 참여자인 아바타도 영화 속 아바타처럼 가상의 세계에서 특정한 개인을 대리해 말하고 행동한다. 겉모습은 인간일 수도 있고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일 수도 있지만 모두 각자의 주인인 인간을 대리한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아바타는 어떻게 창조되고 발전해왔으며, 미래의 전망은 어떠할까?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인 '아바타라'(Avatara)를 어원으로 하는데, '인간 세계에 내려온 신의 분신'을 뜻한다.

힌두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인간이 사는 현실 세계가 신들의 가상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실 세계는 신들의 메타버스인 셈이다. 실체의 세상은 신들의 세상이며 현실의 세상은 가짜 세상이다. 신들은 그들을 대리하는 '아바타라'의 형상으로 현실 세계에 등장하는 것이다.

힌두교에서는 신들만이 사는 영원한 세상이 존재하는데, 신들은 인간이 사는 현실 세계가 진리를 잊고 악과 부정에 빠져 있을 때 깨우침을 주고 악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신의 대리자로 아바타를 보낸다고 설명한다.

'인간을 대리한다'는 넓은 의미의 아바타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머지않은 미래에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되고 발전할 것이다.

첫 번째는 메타버스 시대에서 활약할 새로운 디지털 그래픽으로 탄생하게 될 아바타다.

두 번째는 현실 세계에서 개인을 대신해 활동할 로봇 형태의 아바타다. 이 책에서는 디지털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세상에서 개인을 대리해 활약할 디지털 그래픽의 아바타에 관한 이야기만 해보자.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자를 대리하는 아바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1985년에 게임 제작 전문 기업인 루카스아츠(Lucas arts)가 출시한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하비타트'에서 아바타는 플레이어의 분신으로 처음 등장했다.

디지털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서 참여자를 대신해 활동하는, 현대적 의미의 아바타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미국의 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발표한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라는 공상과학소설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본격적인 서막을 연 오늘날 메타버스 시대에 아바타는 다양한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개인을 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 커뮤니티,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취미 활동도 한다. 메타버스에서 아바타가 나를 대리하는 만큼 참여자들은 아바타를 꾸미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덕분에 세컨드라이프, 제페토, 로블록스, 디센트럴랜드 등의 대표적인 현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아바타를 위한 옷과 신발, 각종 소품 등의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VR 기술과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AR 기술의 발달, 각종 디바이스의 개발로 아바타는 시각, 청각, 촉각 등 인간의 모든 감각을 대리할 정도의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미래 메타버스 세상에서 아바타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나를 완벽하게 대리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현실의 나와 가상 세계의 아바타는 기기 조작이 아닌 생각과 마음으로 연결되는, 진정한 의미의 또 다른 '나'로 완성될 수 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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