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로봇' 한국인 애니메이터 "드림웍스의 미키마우스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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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로즈 디자인…"어느 순간 멈춰도 인상주의 그림 같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다음 달 1일 국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와일드 로봇'은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가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신작이다.
미국 작가 피터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와일드 로봇'은 인공지능(AI) 로봇과 야생동물의 사랑과 우정이라는 색다른 주제를 그렸다.
'와일드 로봇' 제작에는 드림웍스의 1호 한국인 애니메이터 허현 씨를 비롯한 한국인 아티스트들도 참여했다.
"이번 작품은 드림웍스에서 처음으로 내놓는 로봇 애니메이션이라 로즈(주인공 로봇)가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게 제 욕심이었어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멀리서 실루엣만 봐도 알아볼 수 있잖아요. 로즈도 그렇게 되길 바랐죠."
'와일드 로봇' 주인공 로즈의 디자인을 주도한 허 씨는 2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와일드 로봇'은 비행기로 운송되던 로즈가 사고를 당해 외딴섬에 불시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야생의 공간인 이곳에서 동물의 언어를 학습한 로즈는 알에서 깨어난 새끼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엄마 노릇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뜬다.
로즈는 얼굴과 몸이 구형이고, 두 눈도 동그랗다. 목소리 연기는 '노예 12년'(2014)으로 제86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루피타 뇽이 맡았다.
허 씨는 "(로즈를 구상할 때)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각진 모양의 로봇이 많았다"며 "나는 모나지 않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圓)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허 씨가 아이디어를 제출했을 때 '와일드 로봇'의 연출자인 크리스 샌더스 감독은 만족스러워하면서 다른 아이디어는 내려놓자고 말했다고 한다. 허 씨는 "나에겐 정말 큰 영광이었다"며 웃었다.
'와일드 로봇'은 로봇과 동물의 이야기지만, 인간적 감성으로 가득하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한 데다 기러기 무리에 끼지도 못하던 브라이트빌이 로즈의 도움으로 마침내 하늘을 나는 장면은 깊은 감동을 준다.
허 씨는 로즈의 감정 표현에 관해 "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로즈의 눈 속 렌즈의 확장과 수축, (눈을 여닫는) 셔터의 움직임과 같은 것으로 놀라움, 즐거움, 슬픔 등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와일드 로봇'의 관객은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그만큼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냈다.
허 씨는 "영화의 재생을 멈출 수 있다면 인상주의 회화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언제 정지 버튼을 눌러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와일드 로봇'의 공간적 배경을 그려내는 데는 드림웍스의 아티스트 박희정 씨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날 인터뷰에도 참여한 박 씨는 "'와일드 로봇'은 회화적 표현이 강한 작품"이라며 "(회화적 표현에선) 정점을 찍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드림웍스에서 근무한 지 21년째를 맞은 허 씨는 '슈렉',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등 굵직한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박 씨는 드림웍스에서 일한 지 8년째로,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는 '트롤: 월드투어'(2020)와 '보스 베이비 2'(2021) 등이 있다.
허 씨는 "'와일드 로봇'은 드림웍스가 30주년 기념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이라며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모성애뿐 아니라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박 씨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모성애와 가족의 친밀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한국적 정서와도 잘 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