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세일즈' 김성령 "이런 소재 더 유쾌하게 다룰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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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방문판매 주부 역할…"여배우들끼리도 웃길 수 있다는 것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성(性)이 금기시되던 1992년 한 시골 마을. 명문 여대를 졸업한 신여성 오금희(김성령 분)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는 동생 한정숙(김소연)으로부터 새로 시작한 성인용품 방문 판매 일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자, 이렇게 말하며 거절한다.
"정숙씨 알다시피 난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 아니야. 근데 그 정도로 열린 사람도 아니야."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에서 오금희를 연기한 배우 김성령(57)은 이 대사가 특히나 마음에 와닿았다고 꼽았다. 그는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며 "이번 드라마를 통해 나 스스로가 조금 더 깨어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정숙한 세일즈'는 금기를 깨고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주부 4인방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소재가 소재다 보니 다양한 성생활용품에 대한 직간접적인 묘사가 나오고, 주인공들 사이에서는 아슬아슬한 수위의 대화가 오간다.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령은 "많은 사람이 쑥스러워할 법한 소재지만, 이런 얘기도 좀 더 가볍게, 유쾌하게 나누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에 춘천 사는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여성분들이 사우나에서 저희 드라마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한대요. '우리도 성인용품 구경하러 가볼까?'라며 수다를 떤다는데 괜히 뿌듯했죠."
김성령이 연기한 오금희는 하인을 부리고 살던 집에서 귀한 '아씨' 대접을 받으며 자란 여자다. 집안의 뜻대로 결혼한 남편의 고향 금제에서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던 중, 한정숙의 손에 이끌려 인생 첫 직업을 갖게 된다.
김성령은 "처음부터 소재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며 "여자 배우들끼리 이런 내용의 드라마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들이 주인공인 드라마 중에 '정숙한 세일즈'처럼 속옷 하나 갖고 까르르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흔치 않다"며 "신선한 소재를 무겁지 않게 다뤄내다 보니 시청자들도 흥미를 느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여자 배우들 몇 명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드라마도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 이렇게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는 더 드물어요. '스카이캐슬'도 여자들 이야기지만, 보다 보면 머리 아픈 이야기잖아요. (웃음) 우리들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요."
1988년 연예가 중계 MC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성령은 드라마 '추격자 더 체이서','야왕', '여왕의 꽃',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에 출연했다.
오페라 가수 출신 재벌집 딸, 재벌그룹 회장의 애첩,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주로 화려하고 도시적인 역할을 많이 맡아왔지만, 김성령은 오금희처럼 생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이제 더 편하다고 한다.
"편하고, 소소한 일상 연기가 제 나이대에서는 더 보여줄 게 많은 것 같아요. 이미지가 좀 갇혀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이런 연기도 잘한다고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차기작을 촬영 중인 김성령은 다음 드라마에서 할머니 역을 맡는다. 딸 둘을 휘어잡고 사는 드센 시골 사람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내가 이제 할머니를 연기할 때가 됐구나 싶어서 굉장히 낯설었어요. 그래도 낯설다고 피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대중이 보기에 제가 이제 할머니를 연기할 나이라면,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수밖에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