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밀실 갇혀 멍투성이 되도록 두드려…액션 배우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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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페이스'서 연인 밀회 목격하는 첼리스트 역
"김대우 감독, 인간 본성 탐구하며 발자국 찍어"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멍도 많이 들고 아팠죠.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액션 배우들을 더 존경하게 됐어요. 유리창, 파이프와 싸우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액션은 어떻게 하나 싶더라고요."
김대우 감독의 신작 '히든페이스' 주연 배우 조여정은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20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후배 미주(박지현 분)와 약혼자 성진(송승헌)의 밀회 현장을 집안 밀실에 갇혀 목격하게 되는 첼리스트 수연 역을 연기했다. 수연은 밀실 안에서 곳곳을 두드리며 분노를 표출하지만, 집안에선 수연의 기척조차 느낄 수 없다.
조여정은 "수연의 분노를 보여줘야 하는 장면에서 힘 조절을 할 순 없지 않으냐"면서 아프고 힘든 게 당연한 작품이었다고 떠올렸다.
수연이라는 인물 자체도 소화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수연은 처음엔 결혼을 앞둔 남자의 사랑을 시험해보려는 철없는 인물로 보이지만,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비뚤어진 소유욕과 파괴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게 밝혀진다.
조여정은 수연에 대해 "상당한 에고이스트이자 나르시시스트"라며 "이런 사람은 과연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를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수연은 저의 실제 인격이나 성격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굉장히 특수한 상황에까지 놓인 거잖아요. 제 연기로 관객을 영화 속 세계로 끌어들여서 납득하게 해야 했죠. '저런 일이 어떻게 벌어져?'라는 생각이 안 들도록요."
'히든페이스' 시사회 후 조여정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는 "칭찬받으면 (침착하게) 누르는 편"이라면서 "마냥 기뻐하지 않고 '아휴, 다행이다'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했다.
조여정이 김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건 '방자전'(2010), '인간중독'(2014)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김 감독은 별다른 말 없이 '히든페이스' 시나리오를 조여정 측에 보낸 것으로 출연 제안을 대신했다고 한다.
조여정은 "밤늦게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와' 소리만 나왔다"며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제가 수연을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다 수연의 첫 등장 장면을 봤는데 첫 줄부터 심상치 않은 걸 느꼈어요.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하지만 관객이 공감할 만큼 충분히 역동적으로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도 들었죠. 감독님이 말없이 믿고 맡겨주신 거라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이 인물에게서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는 김 감독을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발자국을 찍는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이 영화 역시 남녀 간 욕망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세 등장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반전이 하나씩 들춰지며 스릴러의 재미를 준다.
이 작품은 조여정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주연 영화이기도 하다.
조여정은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칸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휩쓸면서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생애 첫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기생충'은 절반은 부담으로, 절반은 원동력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나 "배우로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상상치도 못했던 좋은 일이 일어난 것뿐"이라면서 "그저 오늘 하루 부끄럽지 않고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