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은 "난 이야기 파는 보따리장수…어린이들 사랑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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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미니음반 '이야기보따리'…타이틀곡은 태몽 녹인 '잉어왕'
3년 전 '문어의 꿈', 전국 유년층에 대히트…"압도적 효자곡"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은 개성 강한 뮤지션이 즐비한 가요계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이 유독 선명한 가수다.
안예은은 지난 2015∼2016년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 5'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016년 앨범 '안예은'으로 정식 데뷔한 그는 개성 있는 목소리, 국악과 동양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독특한 음악으로 지난 8년 동안 차곡차곡 이력을 쌓아왔다.
안예은은 21일 발표한 네 번째 미니음반 '이야기보따리'에서 백두산 천지에 살던 '이야기꾼 잉어'로 변신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냈다.
최근 서울 광진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원래 어떤 주제를 잡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식으로 앨범 작업을 했지만, 이번에는 제가 이야기를 푸는 주체가 돼 자기 소개를 하는 느낌으로 준비했다"며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주제이자 노래인 셈"이라고 소개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잉어왕'을 비롯해 '이내', '그믐달', '그 사랑은 내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곳은 아직 겨울이오' 등 여섯 곡이 수록됐다.
'잉어왕'은 어시장에서 들을 법한 '골라 골라 잡아 잡아'라는 흥겨운 노랫말에 중독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일렉트로스윙 장르다. 그는 신나는 노래에 맞춰 뮤직비디오에서 춤도 췄다.
안예은은 '왜 하필 화자가 잉어인가'라는 질문에 "아버지가 꾼 내 태몽이 잉어였다"며 "태몽도 이야기의 한 종류라는 생각에 여기서부터 앨범을 풀어나갔다. 나는 이야기를 파는 보따리장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잉어왕' 가사에 자신의 태몽을 녹였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물으신다면 / 나는 백두산 저 꼭대기의 연못에서 왔소 / 나의 정체가 무언지 물으신다면 / 나는 맑은 연못에서 살던 잉어였다오'라는 부분이다.
안예은은 "나는 비현실적인 상상의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타이틀곡을 (잉어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비현실적 이야기로 하고, 이 친구(잉어)가 '현실적인' 이야기를 준비해 왔다는 구성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이후 '상사화', '홍련', '낮에 뜨는 달' 등 사극에 어울릴 법한 노래를 주로 선보여왔다. 관심은 많지만, 의외로 국악이나 판소리를 배운 적은 없다고 한다.
안예은은 "어릴 때부터 사극과 고전 소설의 구어체를 좋아했다"며 "내가 초등학생과 중학생 때 자우림과 체리필터 같은 밴드의 전성기가 왔는데, 이 두 가지가 융합되면서 나만의 취향이 발현된 게 아닐까 한다"고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분석했다.
그는 또한 "멜로디를 떼어내도 글이 되도록 가사를 쓰자는 고집이 있다"며 "가사에 최대한 비문을 쓰지 않으려 하고, 최대한 이어지는 문장이 되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안예은이 지난 2021년 발표한 '문어의 꿈'은 뜻밖에도 유년층에서 크게 히트해 전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불렸다.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라는, 문어가 주인공인 독특한 가사 덕분에 이 노래 인기는 여느 아이돌 스타의 히트곡에 뒤지지 않는다.
그는 "어린이 여러분 덕분에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은 어린이 행사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이런 행사에 가면 팔짝팔짝 뛰면서 노래한다. 4분 동안 어린이들에게 기쁜 시간을 만들어주는 직업을 갖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 '문어의 꿈'은 제게 압도적인 효자곡"이라고 말했다.
"'문어의 꿈'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원래는 '문어가 꿈을 계속 꾸어도 바다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는 다소 어두운 메시지의 노래였는데, 어린이들 사랑에 '바다로 나갈 수 없어도 문어는 꿈을 꾼다'는 희망적인 의미로 (해석을) 바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