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옳지 않다"는 뉴진스, 어도어 떠날까…전속 분쟁시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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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 오늘 답변할 듯…뉴진스 가처분 신청 땐 전문가 견해 엇갈려
위약금은 귀책사유 등 따라 재판서 판가름…3천억~6천억원대 추산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최주성 기자 = 걸그룹 뉴진스가 보낸 '최후통첩' 성격의 내용증명에 대한 소속사 어도어의 답변 예상일인 28일이 되면서 이후 전속계약 분쟁 돌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뉴진스가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정 다툼에 나설 경우 그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견해를 내놓는다.
◇ 뉴진스, 어도어 답변에 만족 가능성↓…결별 수순 밟나
28일 가요계에 따르면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에 발송한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을 이날 중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멤버들은 지난 13일 발송한(어도어 수령은 14일) 내용증명에서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 관련 어도어의 공식 입장 발표, 하이브 내부 모니터링 문건에 '뉴(뉴진스)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란 문구가 포함된 것에 대한 모든 조치, 민희진 전 대표 복귀 등을 요구했다.
어도어는 전날 '아티스트의 내용증명에 따른 조치사항의 이행'이라며 공식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빌리프랩 측이 하니의 피해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 전 대표가 지난 20일 사임하고 어도어를 떠남으로써 요구 사항 가운데 민 전 대표 복귀는 이뤄질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요구 사항 일부에 대해서도 양측 간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진스가 받게 될 회신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멤버들이 원하는 수준의 조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9월 유튜브 라이브에서 "하이브(어도어의 모회사)의 방식은 올바르지 않다"고 경고한 멤버들로서는 어도어를 떠날 명분을 손에 넣는 셈이다.
뉴진스는 내용증명을 통해 "이 서신을 받은 후 14일 이내에 '모든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파탄된 신뢰를 더 이상 회복할 길이 없고, 결국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뉴진스, 헤어질 결심하나…해지 시 위약금은 얼마
가요계에서는 뉴진스가 어도어를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비슷한 선례에 비춰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멤버들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도어를 떠나 독자적으로 활동할 길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뉴진스가 내놓을 가처분 등의 결과에 대해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놨다. 앞서 이달의소녀 출신 츄와 피프티피프티의 경우 각각 일부 인용과 기각이라는 정반대의 결정을 받았다.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대표 변호사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누가 더 많이 잘못했느냐를 떠나 상호 간 신뢰관계가 파탄 난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것이 추세"라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법원이 뉴진스와 어도어의 신뢰관계가 극심하게 파탄된 것을 여러 가지 객관적 징후를 바탕으로 인정할 것으로 본다"며 "이후 본안 소송에 들어가도 종국적으로 전속계약은 해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광야의 선종문 대표 변호사는 "법원은 우선 전속 계약상 위반이 있는지 살필 것인데, 통상 가장 많이 나오는 사례가 정산이 제대로 안 되거나 매니지먼트가 부실한 경우"라며 "가수가 소속은 돼 있는데 앨범이 나오지 않거나 지원이 1∼2년 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도 전속계약의 효력 부존재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선 변호사는 그러면서 "뉴진스는 활동을 하고 있고, 소속사 어도어도 늘 '뉴진스의 매니지먼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이러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뉴진스의 가처분 신청은 현재로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의 전속계약 해지와 위약금은 별개 문제로, 그 액수는 추후 법정에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7월 데뷔한 뉴진스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와 어도어 관계자 A씨의 공개된 발언 등을 종합하면 3천억∼6천억원대라는 추정도 나온다.
노 변호사는 "뉴진스가 위약금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려면 멤버들의 귀책 사유, 즉 계약이 파기된 데 대한 중대하고 결정적인 귀책 사유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는 재판을 통해 가려야 하는 부분"이라며 "쌍방의 귀책 사유가 커서 전속계약이 해지됐다면 위약금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 변호사는 "위약금은 뉴진스의 전속계약서에 계산식이 나와 있겠지만, 그 금액이 100%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판사 재량에 따라 감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뉴진스 아니더라도"…팀명 계속 쓸 수 있나
뉴진스는 2022년 7월 SM엔터테인먼트 출신 민희진 전 대표의 첫 제작 걸그룹으로 주목받으며 등장했다.
이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풍 콘셉트와 최신 음악 트렌드를 절묘하게 아우르며 내놓는 노래마다 성공을 거뒀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와 국내 가요 시상식 대상도 휩쓸었다.
행보 하나하나가 주목받은 뉴진스는 어도어 사태 여파로 데뷔 2년 4개월 만에 중대 기로를 맞았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는 "과거 동방신기 일부 멤버들이 팀을 나와 활동한 것처럼, 법적 다툼을 거쳐 뉴진스의 거취가 정해질 것"이라며 "어도어가 뉴진스와의 계약을 먼저 풀어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에 비슷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이 전속계약 분쟁에서 승소하더라도 '뉴진스'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상표권)는 어도어에 있기에 팀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속계약 표준계약서를 보면 계약 종료 시 소속사가 상표권을 가수에게 이전하게 돼 있지만, 가수가 이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지급해야 해 양측 간 다툼이 잦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뉴진스가 지난 16일 한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저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 다이'(Never Die·죽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팀명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