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초승달에 앉은 올리비아 로드리고…"서울 관객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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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실내체육관서 첫 내한 공연…밤하늘 형상화한 무대장치와 조명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여기서 보니 다들 정말 아름답네요."
칠흑같이 어두운 공연장에 별안간 별이 빛나기 시작하고, 곧이어 초승달 모양 장식에 걸터앉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공중으로 떠올라 노래하기 시작했다.
관객들도 저마다 휴대전화 조명을 밝혀 로드리고를 비추기 시작하자 공연장은 한순간에 낭만적인 밤하늘로 변해 모두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번째 내한 공연을 개최한 로드리고는 한국에서 공연이 열리기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매 순간 에너지를 쏟아냈다.
관객들은 첫 번째 곡 '배드 아이디어 라이트?'(bad idea right?)부터 공연이 절정에 달한 것처럼 기타리스트와 헤드뱅잉을 주고받는 로드리고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어진 '뱀파이어'(vampire) 무대에서 관객들이 휴대전화 조명을 밝히고 가수에게 호응을 보내자 로드리고는 힘이 느껴지는 가창으로 화답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100t에 달하는 무대 장비를 공수한 로드리고는 독특한 무대장치와 조명효과로 매 순간 몰입감을 높였다.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에서는 로드리고가 그랜드피아노와 함께 무대 밑에서 등장해 관객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곡 후반부 무대 전체에 붉은색 조명을 비추며 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연출은 로드리고의 가창력을 돋보이게 했다.
2003년생으로 'Z세대 팝스타'에 해당하는 로드리고는 나이에 걸맞은 직설적이고 꾸밈없는 소통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생일을 맞은 관객과 함께 '셀카'를 찍거나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들에게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꽤 좋다"라고 띄워주기도 했다.
그는 노래 '틴에이지 드림'(teenage dream)을 부르기에 앞서 "감정적인 청소년기를 보내고 나니 대단히 신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며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힌 18살의 소녀가 있다면, 앞으로 마법 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생생한 한국 관광기를 공유해 모두를 웃겼다.
"한국에 와서 김치도 정말 많이 먹었고요. '올리브영'에서 물건도 엄청나게 샀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배웠죠. 한국은 제가 가본 곳 중에서 가장 멋진 나라예요."
2021년 데뷔곡 '드라이버스 라이선스'를 시작으로 3년 만에 노래 3곡을 빌보드 '핫 100' 차트 정상에 올린 로드리고는 이날 차세대 팝스타로서의 역량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옵세스드'(obsessed)에서 베이스와 드럼 연주가 두드러진 라이브 밴드 편곡은 소리치듯 강하게 가사를 전달하는 로드리고의 창법과 어우러져 호소력을 더했다.
'메이킹 더 베드'(making the bed)에서 무대에 누워 노래하는 대목이나, 댄서들과 발을 구르며 노래하는 순간에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선보였다.
빠른 박자의 노래에서는 능숙하게 안무를 펼치다가도 잔잔한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선보이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연이 막바지로 무르익은 위에도 로드리고는 방금 새 무대에 오르기라도 한 듯 뛰고 구르며 넘치는 에너지를 뽐냈다. 관객들 역시 좀처럼 자리에 앉는 일 없이 폭발적인 무대를 선사한 로드리고를 향해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앙코르곡으로 '굿 포 유'(good 4 u)와 '겟 힘 백!'(get him back!)까지 20곡 넘는 노래를 들려준 로드리고는 무대 밑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들을 바라보며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기억에 새기는 듯했다.
"서울 관객 여러분들, 정말 최고예요. 사랑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21일 같은 장소에서 둘째 날 공연을 이어간다. 로드리고는 이틀간 공연으로 관객 약 1만5천명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