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 김명민 "표정만으로 찍어 누르는 위압감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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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권력자 김강헌 역으로 압도적 존재감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말이 아닌 표정, 등장만으로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위압감이 있어야 했어요. 상대방이 현주 형님인데 쉽지 않았죠."
지니TV 드라마 '유어 아너' 속 김강헌은 조폭 출신 기업가로,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묘사된다. 별 대사 없이도 숨 막히는 공포감을 조성해내고, 차가운 카리스마로 화면을 압도하는 난도 높은 캐릭터를 완성해낸 건 배우 김명민의 캐릭터 해석과 연기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회의실에서 만난 김명민은 "제 배역은 대사보다 지문이 많았다"며 "영화 '대부'에 나오는 말론 브랜도와 알 파치노의 중간쯤을 생각하고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돌아봤다.
김강헌은 차가운 심장과 위압적인 존재감을 가진 잔인한 범죄조직의 보스로, 둘째 아들을 죽인 뺑소니범을 잡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인물이다.
김명민은 "저 역시 아버지고, 아들의 나이대가 비슷해서 몰입이 잘 됐었다"며 "제가 김강헌 같은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다면, 그와 같이 행동했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강헌은 감정을 시원하게 표현하는 대신 꾹꾹 누르면서 연기를 하는데, '참는 연기', '삼키는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집에 갈 때마다 찝찝했어요. 이런 미묘한 연기가 자칫하면 잘 안 보이거든요. '내가 제대로 한 게 맞나' 자주 불안했고, 장면마다 매번 연기가 힘들었죠."
김강헌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아 직접 벌하기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혀가는 캐릭터지만, 김명민은 김강헌을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김강헌은 내면의 갈등이 많은 인물"이라며 "뭐든지 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인제 그만 과오를 씻고 깨끗하게 살고 싶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정작 그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고 짚었다.
"'유어 아너'는 명확한 선과 악의 구도를 담은 작품이 아니에요. 김강헌은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인데, 촬영한 부분 중에 편집된 장면들도 꽤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명민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맡은 배역에 완전히 빙의해 사소한 디테일까지 진실하게 표현해내는 특유의 메소드 연기가 강점으로 꼽힌다.
출세작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이순신 역을 맡아 목소리 톤을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별로 나누어가며 연기했고, 이순신이 총상을 입은 뒤에는 다친 왼쪽 어깨를 상대적으로 내리고 다니는 디테일을 살려 화제가 됐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는 한쪽 다리를 끌고 다니는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려고 한쪽 신발을 마모시켜 높낮이를 조절하기도 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쓰는 철저한 준비성으로 동료 배우들도 혀를 내두르지만, 김명민은 이번 작품에서는 "메소드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접근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혼자 틀어박혀서 강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충고를 들었다"며 "나름대로 순간마다 최선을 다한 건데, 주변에는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외형적인 모습이었어요. 살 얘기를 하면 너무 몸무게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잘 얘기 안 하려고 하는데, 김강헌으로서 포스를 갖춰야 했기 때문에 보이는 몸집이 중요했습니다. 몸무게 늘리려고 평생 먹을 햄버거를 이번에 다 먹은 것 같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