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훌쩍 여행 떠나듯 보는 영화 2편…'문경'과 '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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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안고 시골에 간 서울 사람 이야기…28일 동시 개봉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자극적인 소재의 상업영화가 흥행 경쟁을 벌이는 극장가에서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독립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오는 28일 동시에 개봉하는 '문경'과 '풍기'다. 경북 문경시와 영주시 풍기읍의 지명을 각각 제목으로 차용했다.
신동일 감독이 연출한 '문경'은 서울에서 직장생활 스트레스로 '번 아웃' 상태가 돼 사흘간 휴가를 내고 훌쩍 문경으로 여행을 떠나는 30대 여성 문경(류아벨 분)의 이야기다.
그가 문경으로 간 것은 이름이 지명과 같아서만은 아니다. 고향이 문경인 비정규직 부하직원 초월(채서안)을 직장 내 차별에서 못 지켜준 데 대한 죄책감이 부지불식간에 문경으로 발길을 이끈다.
문경에 도착한 그는 우연히 마주친 유기견 한 마리의 주인을 찾는 일에 나선다. 안거(安居)를 마치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만행(萬行) 길에 오른 비구니 스님 가은(조재경)이 그와 함께한다.
'문경'은 빼어난 영상미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유동 계곡, 윤필암, 고모산성, 주암정 등 문경의 명소들이 풍경화처럼 스크린에 펼쳐진다.
자연의 품속에서 사람의 마음도 열린다. 문경과 가은, 이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 할머니(최수민), 그의 손녀(김주아)는 진솔한 대화로 마음의 상처를 털어놓고 치유한다.
신 감독은 '신성가족'으로 2001년 칸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장편 데뷔작 '방문자'(2006)로는 시애틀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신 감독의 부친이 문경 출신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영화의 장면마다 문경에 대한 신 감독의 애정이 묻어난다.
할머니 역의 최수민은 배우 차태현의 어머니다. 성우 출신인 최수민은 드라마 '산후조리원'(2020)에 출연하는 등 배우로도 활동 중이다.
극 중 유기견으로 나오는 개도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 곳곳에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박규식 감독의 '풍기'도 시골로 내려간 서울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문경'과 같다. 서울에서 증권맨으로 잘 나가다가 사업에 실패해 풍기로 귀촌하기로 한 중년남성 상식(김정태)이 주인공이다.
상식은 귀촌을 못마땅해하는 아내 수리(이선진)와 티격태격하면서 인삼 농사를 지으려고 하지만, 마을 이장 소라(이채영)를 비롯한 주민들의 텃세로 애를 먹는다.
영화는 상식 부부와 주민들이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상식 부부의 가장 큰 걸림돌인 텃세도 코믹하게 묘사된다. 이들이 주민과 사사건건 오해를 빚고 충돌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트로트 가수 김다현도 깜짝 출연한다.
'풍기'도 무섬마을 다리를 비롯한 영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박 감독은 과거 풍기를 여행한 것을 계기로 이곳의 경치를 영화에 담기로 했다고 한다.
상식 역의 김정태는 천만 영화 '7번방의 선물'(2013)에 출연했고, 주로 조연으로 감초 역할을 하다가 이번에 주인공을 맡았다. 그는 최근 시집 '내 눈 속에 사는 사람'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