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도 가슴 저미게 하는 그 이름, 가족…영화 '장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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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감독 데뷔작…우상전·손숙 등 배우들 뛰어난 연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흔히들 가족을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라고 하지만, 그 밑에는 오랜 상처나 아픈 기억이 숨어 있곤 한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런 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가족 관계는 위기를 맞게 된다.
오정민 감독의 신작 '장손'은 화목한 듯하면서도 내밀한 상처를 품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장손'은 경상북도의 시골 마을에서 두부 공장을 가업으로 운영하는 3대에 걸친 대가족의 이야기다.
집안의 어른 승필(우상전 분)과 말녀(손숙), 맏딸 혜숙(차미경), 아들 태근(오만석), 며느리 수희(안민영), 손녀 미화(김시은), 손녀사위 재호(강태우)가 함께 산다.
서울에서 무명 배우로 근근이 사는 손자 성진(강승호)이 제삿날을 맞아 고향 집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성진의 고모 옥자(정재은)와 고모부 동우(서현철)도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집안은 명절 분위기가 되지만, 저녁상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과 같이 사소한 것들로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화목해 보이는 가족 모임에서 하나둘 꺼풀을 벗겨내면서 어두운 비밀에 접근해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극은 후반부로 가면서 스릴러의 느낌까지 띤다.
'장손'은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대가족 구성원 열 명이 주고받는 말과 행동은 곳곳에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웃음의 소재가 될 만한 게 있으면 놓치지 않고 재치 있게 활용한 느낌이다.
우상전과 손숙을 필두로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다져온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다. 고통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고 사라져가는 세대를 그려낸 우상전과 손숙의 연기는 감동을 준다.
배우의 동작과 카메라의 이동을 절묘하게 결합해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도 많다. 특히 롱숏으로 촬영해 한 편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장손'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독립영화상, 오로라미디어상, CGK촬영상 등 3관왕을 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밴쿠버국제영화제와 시드니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오 감독은 여름, 가을, 겨울의 세 계절을 작품에 담으려고 독립영화의 어려운 여건에도 제작 기간을 6개월로 늘렸다고 한다. 한 가족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오 감독은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연지'(2016)를 비롯한 단편영화에서도 가족 관계 속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는 연출을 선보였다.
그는 "가족은 아직도 내게 미스터리한 존재"라며 "가족에는 세대, 젠더, 계급 등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담겨 있기에 가족을 제대로 살펴보면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 개봉. 121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