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박정민 "내가 양반, 강동원이 몸종…재밌는 그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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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가 자제 종려 역…"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인물"
"출판사, 소외된 것에 주목하며 운영…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예상해"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김상만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시청자의 선입견을 깨는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 때부터 화제가 됐다.
임진왜란 전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대대로 고위 무관을 지낸 양반가 자제와 몸종의 이야기를 다룬다. 박정민은 선조를 지키는 무신 종려를, 강동원은 그의 노비이자 의병 천영을 각각 연기했다.
박정민은 '전,란'의 제작과 각본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의 단편 영화 '일장춘몽'을 촬영하던 때 일찌감치 종려 역에 낙점됐다.
"출연을 결정하고 촬영이 시작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궁금해서 상대 역으로 누가 나오느냐고 제작진에게 물었더니 '강동원과 얘기 중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러면 계속 기다리겠다' 했지요, 하하."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전,란' 제작 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가 양반이고 강동원이 몸종인 게) 재밌는 그림 아니냐"며 "제가 놀부 상이라 양반 역을 하는 게 그다지 현실성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박정민은 지난해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서 선녀무당 역으로 특별출연한 바 있지만, 제대로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부터 강동원을 좋아했다는 박정민은 촬영 기간 그의 "멋있고 남자답지만, 섬세한 부분도 발견했다"며 "흠모하는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박정민과 강동원은 영화 초반부 진한 '브로맨스'를 선보이다가 왜란을 기점으로 대립하게 된다. 종려가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구 삼았던 천영이 자기를 배신했다고 오해하게 되면서다.
종려는 "칼에 분노가 실리지 않았다"는 천영의 타박을 듣던 과거와는 달리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는 비정한 인물로 변모한다.
박정민은 "순식간에 가족과 친구, 집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린 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며 "버석버석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션 장면에도 감정을 많이 담으려 애썼다고 강조했다. 원래라면 무술감독이 시키는 대로 액션 연기를 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했다고 한다. "액션이 멋이 좀 떨어지더라도 감정과 성격이 확실히 보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천영은 오직 양인 신분을 되찾기 위해 왜적과 맞서는 인물로, 검술에 별다른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두 사람 외에도 기존의 체제를 지키려는 선조(차승원 분), 백성을 버린 왕이라도 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병장 자령(진선규), 자기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범동(김신록), 무사에서 살인마로 변하는 왜군 겐신(정성일) 등 각기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스토리를) 우화적으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역사를 통해 현재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극중 인물 중 범동에게 가장 공감이 됐다며 "민초들이 몸으로 얻어낸 경험과 생각은 사회가 굴러가도록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의 방향성 역시 범동의 캐릭터와 겹치는 면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애써 보지 않으려는 것, 너무 작은 부분이라서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주목하려 한다"며 "이런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옳다고 말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연기 입문 전 4년 동안 잡지에 칼럼을 연재할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박정민은 산문집 '쓸 만한 인간',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등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친구와 함께 마포구 합정동에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 대해 "옛날에 책방을 할 때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팬이었다"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흰'과 '소년이 온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가님의 글은 외국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작품이라서 언젠간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면서 "그게 올해가 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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