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10주기…"삶은 보너스 게임, 이젠 슬픔대신 용기 주고파"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87 조회
- 목록
본문
아내 윤원희 넥스트유나이티드 대표…AI 신해철·헌정 공연 등 프로젝트 진행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삶이란 '보너스 게임'인 것을 기억하며, 매일의 소중한 시간 속에서 감사를 인지하고 모아가야죠."
생전 '마왕'으로 불린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27일로 꼭 10년이 됐다.
1988년 데뷔한 신해철은 밴드 무한궤도와 솔로 활동을 거쳐 록밴드 넥스트(N.EX.T)의 리더로 활동하며 '그대에게', '민물장어의 꿈' 등 히트곡을 남겼다. 평소 적극적인 사회적 발언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마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장 협착과 위 축소 수술을 받고 그해 10월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사망해 세상에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겼다.
신해철의 아내로 고인과 관련된 IP(지식재산권) 프로젝트를 펼치는 윤원희 넥스트유나이티드 대표는 27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물장어의 꿈'의 의미로 "(삶을) 행복한 긴 여행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소박하게 답했다.
윤 대표는 "뮤지션이자 소셜테이너로서 고인을 그리워하는 팬들께서 정말 많은 응원을 해 줬다"며 "다방면으로 어려운 일들도 종종 발생했지만 힘내어 한 발씩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됐다"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또 "남편이 남긴 소중한 IP 관리를 갑작스럽게 하게 되면서, 그동안 생소했던 음악 저작권에 관해 많은 분의 도움을 받으며 배우고 익힌 시간이었다"며 "미성년인 자녀들의 권리를 대행하는 입장으로 더 조심스러웠고, 아직도 배워가는 중이다. 세월이 느리면서도 빠르게 흘러가면서 남편의 또 다른 귀한 작품들인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힘들고 지칠 때, 그리고 기쁠 때마다 툭툭 던지던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했다"고 했다.
넥스트유나이티드는 올봄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현한 신해철의 목소리 데모 모델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방송, 강연, 공연 등 기록으로 남은 신해철의 육성 자료를 전처리하고, 별개로 모든 음성을 스크립트로 구현해 이를 기반으로 음성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킨 결과물이었다.
"10년 동안 제가 느낀 것은 저와 아이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두 명의 신해철'을 그리워한 것 같다는 거예요. 노래하던 신해철, 그리고 많은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든 위로하고 격려하던 신해철이죠. 물론 독설가 신해철도 참 많이 그리워합니다."
'마왕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말했을까'하는 팬들의 글을 보고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윤 대표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그는 "(AI 신해철 프로젝트로) 여러 번 청취를 반복하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슬픔은 내게 불가항력이었다"고 말했다.
신해철의 방대한 육성 자료에서 목소리만을 수작업으로 추출해 감정별로 학습시키는 과정은 '한땀 한땀 장인정신' 같았단다. 윤 대표는 "수작업 없이는 자연스럽게 되기가 불가능하기에, 들이는 시간과 노고를 단축할 수 있는 '치트키'가 없는 게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처음에는 AI로 구현된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것만으로도 놀랐어요. 개발 막바지에 이르니 남편 특유의 말투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냥 비슷하게 흉내를 내는 것 같다는 난관에 봉착했죠."
신해철과 생전 절친했던 방송인 겸 뮤지션 남궁연이 발 벗고 나서 데이터 전처리, 학습, 추출에 힘을 쏟았다. 남궁연은 신해철 특유의 말투를 찾고자 한 문장을 수백개의 버전으로 학습시켰다고 한다. 신병진 방송작가는 신해철이 '사실은', '백분토론', '쿨까당' 등의 프로그램에서 한 말을 1만8천여 페이지 분량의 글로 정리했다. 현재는 이 자료를 상황별, 주제별로 분리해 학습시키는 단계다.
넥스트유나이티드는 신해철 10주기를 맞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전날부터 이틀간 헌정 콘서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도 열었다.
신해철이 생전 활동한 밴드 넥스트를 비롯해 고유진, 홍경민, 김동완, 싸이, 김범수, 넬, 해리빅버튼, 전인권 밴드, 이승환, 국카스텐 등이 힘을 보탰다.
윤 대표는 "10주기를 전환점으로 이제는 추모와 슬픔으로 고인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모든 노력과 정신이 깃든 음악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기쁘고 용기를 주는 에너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이라며 "한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은 동료 가수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흔쾌히 '오케이'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비전으로 "신해철을 신해철답게 재현하는 것"이라며 "함께해서 행복했고,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신해철이라는 존재의 특별함은 가수와 대중이 아닌 '우리'라는 동질감 형성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I 신해철 개발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고인의 육성이 있는지 물어봤다. 윤 대표는 이러한 말이 기억난다고 했다.
"살면서 걱정이 1(하나)도 없는 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과정 속에서 기쁨과 행복감을 함께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