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시즌2는 세계관 확장이 목표…들끓는 반응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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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인터뷰…"지옥의 연장선 그려내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사실 전 시즌1을 이미 충분히 완결된 형태로 만들었어요. 시즌2는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서 시작한 작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확장하는 게 목표였죠."
넷플릭스 화제작 '지옥' 시즌2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반응이 들끓고 있는 것 같아서 작가로서 큰 행운이라고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25일 공개된 '지옥'은 사람들이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로부터 지옥행 선고를 받고 살해당하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2는 앞서 지옥행을 선고받았던 박정자(김신록 분)와 정진수(김성철)가 부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연 감독은 "이번에는 시청 시간보다 시청 후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대중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 숫자에 대한 부담감에서 최대한 벗어나 작품 자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제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문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옥' 시즌2는 지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전개해나간다. 지옥에 가게 된 정진수는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육중한 덩치의 괴수들에게 끝없이 쫓기며 과거의 끔찍했던 순간들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연 감독은 "정진수와 박정자라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통해 지옥의 연장선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진수는 공포의 효용성을 믿는 사람이고, 공포를 통해 단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마지막에 결국 원하는 대로 단죄자가 되지 않느냐. 사실 시즌2에서 그려진 세계는 정진수의 지옥이고, 그는 단죄자로서 부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자도 마찬가지예요. 시즌1에서 박정자는 지킬 수 없는 것, 즉 아이들을 지키려던 소시민이었고, 시즌2에서는 닿을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인물이에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그 시간은 박정자에게 지옥이었고, 결말에 아들을 만나게 되면서 부활을 하게 되죠."
지옥의 천사들이 나타나 죽음의 시간을 예고하고, 지옥의 사자들이 예고된 시간에 나타나 사람을 무자비하게 살해한다는 설정을 내세운 '지옥2'는 이런 현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지옥 사자들의 정체나 지옥행을 선고받는 기준과 부활하는 기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끝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연 감독은 "'지옥'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참혹함과 공포감을 자아내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코스믹 호러' 장르의 문법을 따라 충실하게 작업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옥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할 수 없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명확한 설명과 규칙이 존재한다면, 그건 지옥이 아니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흔히 가진 지옥에 대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끝없는 영원한 고통이라고들 말하는데, 전 어렸을 때부터 의문이었어요. 그 어떤 일도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적응될 수밖에 없거든요. 사지가 찢기는 고통은 어마어마하겠지만, 그걸 천년을 당하면 익숙해질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지옥은 반복되거나, 예측할 수 있으면 안 되는 공간이에요."
'지옥2'는 예상치 못했던 반전으로 다음 시즌의 가능성을 남긴다. 연 감독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옥'의 세계관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단편소설 작가들과의 협업해 '지옥'의 세계관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을 곧 출판할 계획이라고 한다.
1997년 애니메이션 영화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의 연출로 데뷔한 연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첫 실사 영화인 '부산행'(2016)은 천만 관객을 넘겼다.
이후에도 연 감독은 쉬지 않고 작품들을 내놓았다. 영화 '염력'(2018), '반도'(2020), '정이'(2023)외에 시리즈인 '구해줘2'(2019), '방법'(2020), '지옥'(2021), '괴이'(2022) 등을 제작했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작품은 '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 '지옥 시즌2' 등 3편이다.
연 감독은 "작품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힘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며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전과는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 감독은 지난달 박정민 주연의 저예산 독립영화 '얼굴' 촬영을 마쳤고, 현재 총괄 프로듀서와 각본을 맡은 일본 넷플릭스(넷플릭스재팬) 오리지널 시리즈 '가스인간'을 촬영 중이다.
그는 "지금처럼 작품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경험이 언젠가는 끝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영화나 시리즈는 사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작업이잖아요. 다수의 사람과 함께 일하다가 그렇지 못하게 되면 갑자기 외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때가 되면 글이든, 그림이든, 혼자 내면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