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가 추동하는 오컬트…영화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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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현문섭 감독의 영화 '사흘'은 수상한 문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문 안에서 뜻을 알 수 없는 라틴어로 무언가를 외는 소리와 소녀의 비명이 들려온다. 사제 '해신'(이민기 분)이 악마를 쫓는 구마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문밖에서는 의식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그들은 애써 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외면하는 듯하다. 숨진 소녀의 아빠인 '승도'(박신양 분)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다.
그러나 "아빠 살려줘"란 말에 승도는 벌떡 일어서 문을 열려고 시도한다. 도끼까지 들고 열리지 않는 문을 부수려고 한다.
그 순간 집 안의 모든 불이 꺼지고 문 안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그친다.
'사흘'은 오프닝에서부터 지향하는 장르를 드러낸다. 악마가 깃든 몸, 이로부터 비롯되는 비명과 발작, 이에 맞서 싸우는 사제, 붉은 피의 이미지까지 오컬트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교차 편집을 통해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오컬트 영화에서 교차 편집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상황을 이어 붙임으로써 그 이면에 있는 미지의 힘 또는 존재를 암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장례식장에서 사제·수녀들의 의식이 치러지는 장면과 승도가 딸 소미(이레 분)를 살리려는 장면의 교차 편집은 보는 이의 몰입감을 높이고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불길함을 안겨준다.
날카로운 음향, 컴퓨터그래픽(CG)을 바탕으로 한 나방의 활용도 몰입감을 더하는 부분이다. 나방은 미스터리한 존재가 새로운 존재로 탈피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영화는 도끼를 든 승도의 모습에서 보듯이 가족 드라마도 지향한다. 딸을 어떻게든 살리려는 승도가 주로 맡은 부분이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선 박신양이 승도를 소화하며 부성애를 보여준다. 일념에 사로잡힌 모습은 그의 전작인 드라마 '쩐의 전쟁'에서 복수에 몰두하는 사채업자 금나라, '싸인'에서 곧은 신념의 법의학자 윤지훈 등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의 부성애가 영화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작용하며 가져올 결말도 관전 요소다.
다만 가족 드라마와 오컬트의 화학적인 결합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승도의 부성애는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방해하는 쪽으로 기운다. 이미 오프닝에서부터 악마의 존재를 알고 있는 관객 입장에서는 그의 행동에 공감하기보다는 '고구마'처럼 느낄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공간 활용도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는 장례 기간인 '사흘'을 소재로 해 주로 병원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한다. 빈소, 영안실 등이 알차게 활용되기보다는 공간의 제약에 갇힌 인상을 준다.
작은 스케일이 '파묘'(2024) 등으로 높아져 있는 관객의 눈을 얼마나 만족시킬지는 미지수다.
14일 개봉. 94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