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장영규 "전통음악한다는 이미지 벗고파…우리 음악은 팝"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1 조회
- 목록
본문
정규2집 선공개 싱글 발매…"전통 판소리 아닌 새로운 이야기 썼죠"
드라마 '정년이' 음악감독…"국극음악 고증만큼이나 변화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1집에서 '수궁가'를 했으니 2집에서 다른 판소리 바탕(마당)을 택하는 건 뻔한 길이라고 생각했죠. 그보다는 이날치가 할 수 있는 다른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2020년 정규 1집 '수궁가'와 타이틀곡 '범 내려온다'로 신드롬을 일으킨 밴드 이날치가 이번에는 전통 판소리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다.
지난 5일 정규 2집의 첫 선공개 싱글 '낮은 신과 잡종들'을 발표한 이날치는 내년 상반기 계획 중인 2집에서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모험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날치가 '심청가'나 '흥부가'가 아닌 이야기를 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밴드의 주축 멤버이자 베이시스트 장영규는 '이날치라면 전통 판소리를 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넘어서고 싶었다고 말한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만난 장영규는 "'이날치는 전통음악을 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의 음악을 편견 없이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치는 극작가 김연재가 창작한 이야기에 곡을 붙이는 방식으로 수록곡을 작업하고 있다. 이름 없는 마을을 침략한 군대에 맞서 주인공 더미와 자루가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수록곡 12곡에 담을 예정이다.
장영규는 "오래된 이야기를 현실에 대입하는 것보다는 작가를 섭외해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며 "전통 판소리도 원작 소설에 곡을 붙이는 형식인데, 그 형식은 유지하되 새롭게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음악적으로도 전작과 비교해 팝 장르의 색채가 강해진 것이 특징이다. 장영규는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판소리를 팝 음악에 녹여낼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한다.
장영규는 "소리꾼들도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고, 그들이 듣고 있는 음악도 팝"이라며 "팝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국악과 팝의 만남'으로 소개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치에 새로 합류한 소리꾼 전효정, 최수인과의 호흡도 만족스럽다는 그는 이번 앨범으로 밴드의 음악적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1집을 돌아보면 음악을 향한 관심보다 이날치가 화제의 중심에 있다는 이유로 쏟아진 관심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나 화제를 몰고 다닐 수는 없으니 이제는 음악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1992년부터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는 장영규는 낯선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작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전통악기에 관심을 갖게 된 뒤로는 국악그룹 비빙, 소리꾼 이희문과 결성한 밴드 씽씽 등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장영규는 "처음에는 전통음악이 주는 낯선 감각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낯선 부분만 활용해서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전통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려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정년이'의 음악감독을 맡아 1950년대 여성국극 음악을 재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방영 4년 전부터 음악감독으로 합류해 요즘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국극 음악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장영규는 "국극 음악이다 보니 과연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국극을 재현하고 고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에 맞게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시도했다"고 돌아봤다.
작업 초반 '정년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잡았다는 그는 드라마가 이 정도까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태리 씨를 비롯해 배우들이 엄청난 의욕을 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확신은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드라마를 많이 볼 줄은 몰랐어요. (웃음)"
장영규는 이처럼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 작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사람들이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일은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목표는 단지 사람들에게 전통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악을 모두가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들어볼 기회는 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국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 작은 틈이 생긴다면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