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디서 봤던 영환데…극장가 대세 된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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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페이스'·'청설' 호평…여름엔 '핸섬가이즈'·'파일럿' 흥행
"검증된 작품 리메이크, 흥행 승산 있어"…"독창성 사라져"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최근 극장가에 외국 작품을 원작으로 한 한국 리메이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고 있다.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된 작품을 뼈대로 해 실패 리스크가 작은 만큼, 코로나19 이후 요동치는 영화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개봉한 조선호 감독의 로맨스물 '청설'은 동명의 대만 작품(2009)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20대 청년 용준(홍경 분)이 수영장에서 마주친 여름(노윤서)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실제 관람객의 평가를 토대로 한 CGV 골든에그지수에서 97%를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다. 입소문 효과로 개봉 첫째 주말보다 둘째 주말 관객 수가 증가해 누적 관객 수 7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일 극장에 걸린 김대우 감독의 에로티시즘 스릴러 '히든페이스'는 같은 제목의 콜롬비아 영화(2014)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지휘자 성진(송승헌)과 약혼녀 수연(조여정), 그의 후배 미주(박지현) 등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욕망을 담았다.
이 영화 역시 CGV 골든에그지수 92%를 기록하고 개봉 사흘 만에 누적 관객 수 15만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앞서 6월에는 미국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2010)을 리메이크한 남동협 감독의 코미디물 '핸섬가이즈'가 177만여 명을 동원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스웨덴 영화 '콕핏'(2012)을 각색한 '파일럿'은 471만여 명을 모아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정가네 목장', '먼 훗날 우리' 등 다양한 리메이크작이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제작사들이 잇따라 리메이크작을 내놓는 데는 잘 만들어진 원작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내세운 신작보다 흥행 면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관에 가는 일이 일종의 '이벤트'가 된 요즘 관객은 기왕이면 보다 검증된 작품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어떤 이야기를 관객이 좋아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흥행에 성공한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핸섬가이즈'와 '파일럿', '히든페이스'의 경우 원작이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리메이크작이라고 해도 관객들 입장에선 새로운 영화나 다름없다"면서 "앞으로 이런 숨은 보석을 발굴해 리메이크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리메이크 열풍이 한국 영화 고유의 독창성을 떨어트리고 스토리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개봉한 영화 중 상당수가 해외 영화를 리메이크하거나 웹툰과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참신하고 날카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못한다"면서 "지나치게 안정성을 추구하다 좋은 신인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묻힐 수 있다"고 꼬집었다.
리메이크작이 원작의 '이름값'에만 기대 모방하는 데 그칠 경우 오히려 관객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아무리 뛰어난 명작을 리메이크하더라도 지금 세대의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염두에 두는 게 중요하다"라며 "앞서 '동감'이 그걸 하지 못해 혹평을 듣지 않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