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식 감독 "배구 영화, 남들이 하기 전에 찍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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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보람기자

    여자배구팀 영화 '1승'…"안무처럼 동작 짠 뒤 랠리 장면 촬영"

    "승리하는 과정에 초점 맞춰…송강호 보며 많이 배웠다"

    영화 '1승' 연출한 신연식 감독
    영화 '1승' 연출한 신연식 감독

    [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제 천성이 뭐든 재미가 없으면 안 하고 싶어 해요. 스포츠 영화를 연출해보고는 싶은데 이미 남들이 다 한 거는 안 하고 싶더라고요."

    신연식 감독이 연출한 '1승'은 우리나라 영화로는 처음으로 배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만년 꼴찌 여자배구팀 핑크스톰이 신임 감독 우진(송강호 분)을 만나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동안 역도나 달리기 같은 개인 종목은 물론이고 야구, 축구, 농구, 핸드볼 등 팀 스포츠를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배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없었다. 좁은 코트를 무대로 하는 운동인 데다, 공의 속도가 매우 빨라 특유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화면에서 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신 감독은 "배구 영화를 만드는 게 힘들긴 해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면서 "그렇다면 남들이 하기 전에 제가 먼저 다이내믹한 배구 영화를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특히 2∼3분짜리 랠리(양 팀이 공을 계속 주고받는 것)는 꼭 넣고 싶었습니다. 여자배구의 묘미니까요. 마치 안무처럼 동작을 맞춘 후 두 달간 연습했죠. 미리 설정해둔 동선대로만 움직이는 카메라 6대로 배구 시퀀스를 촬영했는데, 한 명이라도 조그마한 실수를 하면 화면에 잡히지 않게 돼 조마조마했습니다."

    이러한 신 감독의 우려와 달리 끊임없는 훈련 덕에 서브를 넣을 때부터 공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까지를 원테이크로 촬영한 장면도 탄생했다. 신 감독은 첫 시도 만에 바로 '오케이'(OK)를 외쳤다고 한다.

    영화 '1승' 속 한 장면
    영화 '1승' 속 한 장면

    [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승'은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배구 시퀀스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오합지졸이던 팀이 점차 실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담은 스토리 역시 감동을 안긴다.

    신 감독은 "핑크스톰 선수들은 모두 단점이 있으면서도 서로의 단점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각자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조화를 이뤄 승리를 쟁취하는지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김연경은 김연경으로 태어났으니까 배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고 무엇을 겪었는지 우리는 모르죠. '루저들이 한 번 이기는 이야기'는 다른 영화에도 많지만, 1승을 거두기까지의 구체적인 과정을 담은 게 '1승'의 차별점입니다."

    그는 주연 배우인 송강호가 우진 역을 준비하고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런 '1승'의 메시지가 떠올랐다고 했다. 송강호는 촬영이 끝나고도 전화를 걸어와 "숨소리가 마음에 걸린다"며 다시 한번 녹음을 요청하거나, 같은 장면을 찍은 세 가지 버전의 영상을 보며 대사의 음 하나하나를 뜯어 비교했다고 한다.

    "송강호 씨가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건 그냥 결과잖아요. 그 상을 받기까지 30년 동안 뭘 했는지를 관객은 몰라요. 저도 그동안 관객 입장에서 '연기 잘하는구나' 정도만 알았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영화 '1승' 속 한 장면
    영화 '1승' 속 한 장면

    [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 감독은 디즈니+ 시리즈 '삼식이 삼촌'을 통해 다시 한번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다. '1승'은 2021년 촬영을 마쳤지만 개봉이 늦어지며 '삼식이 삼촌'보다 늦게 나오게 됐다.

    '삼식이 삼촌'은 신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대작 드라마로, 1950∼196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박두칠(송강호)이 조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은 청년 김산(변요한)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신 감독이 그동안 주로 저예산 영화를 연출하고 '거미집'(2023), '동주'(2016) 등 예술성이 강한 작품의 각본을 써온 터라 의외의 행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마흔 살까지는 말도 안 되는 것을 원 없이 다 해보자는 인생 계획을 세웠다"며 "이 설계에 따라 상업적인 작품도 하고 '1승'처럼 대중적인 영화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젠 관객이 '이게 뭐야?' 하고 말할 만큼 아주 이상한 영화는 안 만들려고 한다"면서 "지금은 뮤지컬 영화를 준비하느라 작곡을 공부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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