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감독 "불편하고 어두운 멜로…호불호는 갈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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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공유 주연 넷플릭스 시리즈 연출한 김규태 감독 인터뷰
"등장인물들의 모순적인 심리에 끌려…색채 대비로 상징적인 연출"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한국에서는 멜로 드라마라고 하면 몽글몽글한, 따뜻한 느낌을 떠올리죠. 보기 불편하고, 어두운 멜로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된 '트렁크'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스터리 멜로 시리즈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이지 않고, 전개는 끝까지 예상을 비껴간다.
연출을 맡은 김규태 감독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중적인 멜로 드라마 말고 낯선 느낌의 멜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트렁크'는 1년짜리 기간제 계약 결혼으로 맺어진 두 남녀가 서로를 가만히 위로하고, 결국에는 구원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김 감독은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등장인물들의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심리가 엿보이는 점이 재밌게 느껴졌다"며 "극적 재미를 위해 살인 사건 이야기를 더했지만,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사건에 대한 궁금증보다, 심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짚었다.
드라마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그들의 모호하고 모순적인 감정을 차근차근 담아낸다.
부유한 음악 프로듀서인 한정원(공유 분)은 하루도 약 없이는 잠들지 못할 만큼 정신 상태가 위태위태하다. 어릴 적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면서도, 끔찍한 기억으로 가득한 집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결혼 직전 남자친구의 잠적으로 파혼했던 노인지(서현진)는 "결혼은 역겹다"고 생각하는데 VIP 기간제 결혼 서비스 회사 직원으로 취업했다. 네 번의 결혼생활을 거치고, 다섯번째 남편으로 한정원을 만나게 된다.
김 감독은 "인물들의 심리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여백을 남긴 극 초반부 전개가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시청자들을 계속 궁금하게 만들면서 이야기를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반투명 커튼 뒤에서 주인공들을 바라보게 하다가 점점 커튼을 젖히고 들어오게끔 만들고 싶었어요.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오다 보면 어느새 그 캐릭터를 마주 보게 되고, 그 마음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죠."
로맨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을 만들어온 베테랑 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색채와 상징을 활용한 독특한 연출을 선보였다.
예컨대 한정원의 전처 이서연(정윤하)과 노인지는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표현된다. 붉은색 계열의 옷을 자주 입고 등장하는 노인지와 반대로 이서연은 푸른색 계열의 옷을 고집하며 전 남편인 한정원에게 파란색 마약을 건넨다.
김 감독은 "노인지 내면의 따뜻함과 정열을 붉은빛으로 표현해냈고, 이서연은 그와 반대되는 색깔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요소의 묘한 균형감이 이 작품을 보는 재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빛과 어두움, 직선과 곡선, 빨간색과 파란색 등을 대비시키며 긴장감을 자아내고 싶었죠. 의상과 소품 배치의 디테일을 하나씩 찾아보시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