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필모그래피에 시리즈물은 큰 영광…베테랑3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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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의 '베테랑2'로 '공작' 이어 두 번째 칸영화제 레드카펫
"1편의 에너지 꼭 살려야겠다 마음…정해인, 뚝심 좋은 친구"
(칸=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1편이 밀크 초코였다면 2편은 다크 초코에요."
2015년 '베테랑1'에 이어 약 10년 만에 '베테랑2'의 서도철 형사로 돌아온 배우 황정민은 두 작품의 차이를 이렇게 비유했다.
21일(현지시간) 칸 영화제에서 만난 황정민은 천만 영화 베테랑1 만큼이나 베테랑2에 애정과 기대를 쏟았다. 세상에 나오길 오래 기다린 작품이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1편을 찍을 때 워낙 팀 분위기도 좋았고 재밌어서 '이건 2편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 1년, 2년이 돼버렸다"고 웃었다.
베테랑2를 촬영하는 게 염원이었다는 황정민이지만 막상 류승완 감독이 제작에 들어간다고 하자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그는 "9년 만이라, 너무 틈이 길다 보니 1편의 좋았던 기운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장 분위기는 "너무 근사했다"고 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냥 얘기하지 않아도 (배우들이) 다 알아서 각자 동선을 맞췄어요. 그 기운이 너무 좋아서 되게 행복했던 경험이었습니다."
베테랑1에서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진경 등 주요 배우가 베테랑2에 그대로 출연한다.
관객들이 9년의 세월을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황정민에겐 다행이다.
"추석이나 설 때 TV에서 계속해서 베테랑1을 틀어준 효과죠."
그래도 세월을 비껴갈 수 없으니 관객이 1편과 2편의 차이를 되도록 느끼지 않게 하려고 주연 배우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
그는 "9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도 변하잖아요. 관객들이 2편을 보면 '10년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비슷하지?'라고 생각하게끔 비슷한 에너지를 꼭 살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며 "1편의 의상도 그대로 가져왔고, 몸매·체격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밤 10시, 11시 이후로는 너무 체력이 떨어져 밤 촬영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정해인과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황정민은 "어떻게 보면 해인이 입장에선 대단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팀원들이 1편에서 같이 한 에너지가 있어 탄탄한 성벽일 수 있는데 그 틈바구니에 들어와야 하고 또 다들 선배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들어와서 잘 어울려서 하는 걸 보니 대단히 좋은 뚝심을 가진 친구"라고 평가하고서 "해인이가 보지 못했던 이미지들이 여기에서 충분히 나오니까 저 친구 자신도 매우 재미있어했다"고 기억했다.
황정민은 영화에 잠깐 등장하는 배우 안보현(극중 민강훈 역)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안보현은 서도철 등 형사들이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심 인물로 지목돼 빗속 옥상에서 형사 6명과 격렬한 액션신을 선보인다.
황정민은 "이 장면을 겨울에 한 열흘에 걸쳐 찍었다. 그나마 우리 형사팀은 6명이니 안보현과 싸울 때 각자 장면을 찍고 빠져서 쉬는데, 보현이는 계속 물에 빠져 젖어있었다"며 "그런데도 힘든 내색 한 번 안 하고 너무너무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제55회 칸영화제에 '달콤한 인생', 69회 '곡성', 71회 '공작'으로 초청된 데 이어 올해가 네번째다. 레드카펫을 밟은 건 '공작' 이후 두 번째다.
그는 "영화가 올 연말에 개봉한다고 하는데 첫 단추를 이렇게 근사하게, 약간 화려하게 끼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공작' 때는 너무 떨려서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영화 볼 때도 눈으로 보는 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엔 편안히 잘 즐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촬영 후 처음 영화 전체를 본 느낌은 어땠을까.
그는 "제가 평가하기엔……. 엎질러진 물이라 관객들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다만 "확실히 베테랑은 같은 정서를 가진 국민과 봐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상황들이 있는데 이분들(해외 관객)은 조금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황정민은 베테랑3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그는 "배우가 필모그래피 중에 시리즈물을 갖는다는 건 정말 큰 영광이고 의미가 있다"며 "영화 속 인물과 배우가 함께 늙어가는 거니, 당연히 3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바랐다.
"제작에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2편이 잘되면 들어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