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몽을 깨뜨리는 공포…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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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기자

    나치 장교 가족 일상에 초점 맞춘 독특한 홀로코스트 영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TCO(주)더콘텐츠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집단 수용소에서 나치가 자행한 대학살을 다룬 홀로코스트 영화의 관객이라면 자연스럽게 피해자인 유대인의 입장이 돼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관객은 가해자인 나치의 악행에 경악하다가 영화가 끝나 안온한 현실로 돌아오면서 안도감 같은 걸 느낀다.

    이 점에서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신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매우 특이한 홀로코스트 영화다.

    유대인의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아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대상이 없다. 영화가 내내 보여주는 나치 장교 일가는 사악한 악마라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관객은 어느 순간 이들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이 불편함이야말로 우리를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면서 생각의 문을 열어준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폴란드 남부 아우슈비츠에 설치한 악명 높은 유대인 수용소를 관리했던 군 지휘관 루돌프 회스와 그 가족의 일상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회스는 실존 인물이다. 나치 군사 조직인 친위대(SS) 소속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지휘관이 된 그는 가스실과 소각장 등의 시설을 활용해 대학살을 자행했고, 나치 패망 이후 폴란드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처형됐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TCO(주)더콘텐츠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제목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둘러싼 구역으로, 수용소 지휘관 회스의 집이 이곳에 있었다. 극 중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 분)가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은 수용소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회스와 그의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 그리고 다섯 명의 자녀는 전형적인 중산층의 단란한 가족이다. 휴일이면 회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강으로 나가 보트를 탄다. 헤트비히가 정성껏 가꾼 정원에선 장미와 달리아가 핀다.

    이 가정에도 종종 먹구름이 끼지만, 이 또한 극도로 평범해 여느 가정과 다를 게 없다. 회스가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게 되자 헤트비히는 아우슈비츠를 떠나기 싫다면서 툴툴대고, 회스는 고민에 빠진다.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가 섬찟하게 느껴지는 건 담장 너머에서 유대인이 살육당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바로 옆에서 대학살이 진행 중인데도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평범한 삶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다.

    영화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지 않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암시한다. 수용소에서 나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홀로코스트를 상기시킨다. 가끔 날카로운 비명과 총성이 들리기도 한다.

    회스의 집 마당에 있는 자그마한 수영장에서 물장난하면서 노는 아이들 머리 위로 펼쳐진 맑은 하늘엔 시신을 태우는 소각장의 잿빛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모든 것이 회스의 집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평범한 현상에 기괴한 느낌을 부여한다. 헤트비히가 밤에 잠들기 전 남편과 대화하다가 이탈리아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갑자기 깔깔거릴 땐 악마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TCO(주)더콘텐츠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영화에서 음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도 음향이고,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도 음향에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80년 전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의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순간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회스의 일상과 겹친다. 영화 속 이야기만큼 극단적이진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글레이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홀로코스트) 가해자들과 우리가 비슷한 점이 무엇인지 바라보게 한다"며 "가해자들의 모습을 통해 어느 정도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글레이저 감독이 스칼릿 조핸슨 주연의 '언더 더 스킨'(2014)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과 음향상,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선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헤트비히 역의 산드라 휠러는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2024)로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다.

    6월 5일 개봉. 105분. 12세 관람가.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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