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하고 싶은 여자와 기억을 붙잡으려는 남자…영화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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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보람기자

    미셸 프랑코 감독 멜로…피터 사스가드 베네치아 남우주연상 수상작

    영화 '메모리' 속 한 장면
    영화 '메모리' 속 한 장면

    [티캐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뉴욕의 낡은 아파트에 사는 실비아(제시카 채스테인 분)의 현관문에는 잠금장치가 종류별로 서너개는 달려 있다.

    냉장고가 고장 나 수리공이 필요할 땐 꼭 여자 기사를 요청하고, 청소년기에 접어든 딸이 또래 남자가 있는 파티에 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실비아에게 남성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는 여동생의 손에 이끌려 고교 동창회에 나갔다가 또다시 공포스러운 일을 겪는다. 처음 보는 남자 사울(피터 사스가드)이 한밤중 실비아의 집 앞까지 쫓아온 것. 사울은 비닐봉지를 덮은 채 날이 샐 때까지 망부석처럼 실비아를 기다린다.

    실비아는 사울을 치한이나 스토커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는 치매를 앓고 있다. 왜 실비아의 뒤를 밟았는지조차 까맣게 잊었다.

    미셸 프랑코의 미국 영화 '메모리'는 두 남녀의 예사롭지 않은 첫 만남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트라우마를 남긴 과거의 일을 지우고 싶은 여자 실비아와 사라져 가는 기억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남자 사울이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크로닉'(2016), 베네치아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뉴 오더'(2021) 등을 연출한 멕시코의 젊은 거장 프랑코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멜로 장르다.

    영화 '메모리' 속 한 장면
    영화 '메모리' 속 한 장면

    [티캐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랑한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만큼 관객의 눈물을 짜내는 데 효과적인 설정은 많지 않기 때문일까. 기억 상실은 멜로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비슷비슷한 스토리의 여러 작품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나 '메모리'는 이런 작품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클리셰를 대부분 피해 간다.

    이 영화에는 가슴을 치게 하는 절절한 애정 신도, 모든 것을 다 잊더라도 당신만큼은 기억하겠다는 상투적인 사랑의 맹세도 나오지 않는다. 노림수가 뻔히 드러나는 반전 또한 없다.

    대신 현실 어디에서나 볼 법한, 서로의 존재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평범한 연인이 있을 뿐이다. 진심을 고백하지 못해 주저하고 지저분한 침대에서 어색하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도 관객이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기억을 소환한다.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는 잔잔히 흘러가는 스토리에 몰입감을 높인다. 특히 아슬아슬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사울 역의 사스가드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감정 표현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80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2일 개봉. 104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메모리'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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