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JSA' 25년 지나도 감흥…50주년 땐 옛날 얘기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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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들 '관객과의 대화'로 한자리…송강호 "배우 인생 첫 화양연화"
이병헌 "극장서 40번 넘게 관람…소개할 때 가장 먼저 말하는 영화"
이영애 "기적 같은 작품…지금 하면 더 잘할 것 같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박찬욱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관객과의대화(GV)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2.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이 영화 속 내용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도 똑같은 감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슬픈 일이에요. 개봉 50주년 때는 그저 옛날얘기처럼 할 수 있는 환경이 돼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박찬욱관에서 열린 '공동경비구역 JSA'(이하 'JSA')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이 같은 바람을 전했다.
'JSA'가 CJ ENM 비저너리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마련된 이 행사에는 박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가 참석했다. 비저너리는 문화산업 진출 30주년을 맞은 CJ ENM이 자사 콘텐츠 가운데 대중문화계 패러다임을 바꾼 작품을 꼽은 것으로 영화 부문에선 'JSA'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 등이 선정됐다.
2000년 개봉해 580만 관객을 동원한 'JSA'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사이에 둔 남북 초소 군인들의 우정과 이들에게 벌어진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분단의 아픔과 그 속에서 피어난 휴머니즘을 담은 서사,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탄탄한 구조 등으로 지금까지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유럽에서도 주목받았다.
데뷔작 '달은…해가 꾸는 꿈'(1992)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인 '3인조'(1997)까지 연달아 흥행의 쓴맛을 봤던 박 감독에게 'JSA'는 커리어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JSA'로 흥행에 성공한 그는 이후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등 자기만의 색채가 뚜렷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세 번째 기회마저 놓치면 'JSA'가 유작이 될 거라는 절박한 마음과 비장한 각오로 만들었다"며 "이 영화는 저를 살려준 작품"이라고 떠올렸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관객과의대화(GV)에 앞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이병헌, 이영애, 박찬욱 감독, 김태우, 송강호. 2025.2.4 [email protected]
주연 배우들 역시 이 영화로 전성기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송강호와 이병헌은 이후 25년간 굵직한 작품의 주연을 잇달아 맡은 것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송강호는 "3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배우로서 숱한 굴곡과 일이 있었지만, 'JSA'는 저에게 잊히지 않는 첫 번째 화양연화(꽃처럼 아름다운 시절)"라며 "'나도 저렇게 멋질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북한군 중사 오경필을 연기했다. 애국심으로 가슴이 들끓으면서도 남한군과 우정을 나누고 의리를 지키는 양면적인 캐릭터다.
1997년 '초록물고기', '반칙왕', '조용한 가족'에 잇따라 출연하며 충무로 대표 스타로 떠올랐던 송강호는 'JSA'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시나리오가 너무 밀도 있게 꽉 짜여 있고 완벽을 추구하는 것 같았다"며 "한국 영화가 이걸 과연 구현할 수 있을까, 시나리오에만 이렇게 써놓고 (결국) 이상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웃었다.
남한군 병장 이수혁을 연기한 이병헌은 'JSA'를 통해 처음으로 "흥행의 맛"을 봤다고 했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스크린에선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이병헌은 1990년대 대부분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JSA'로 흥행 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병헌은 "25년 전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보고 감동했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며 "그때는 관객과 함께 울고 웃는 게 너무 좋아서 극장에서만 40번 넘게 영화를 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외국에 가서 저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얘기하는 작품이 'JSA'"라며 "여전히 젊은 영화 팬들은 한국 영화를 논할 때 'JSA'를 빼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이병헌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관객과의대화(GV)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은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를 발표했다. 2025.2.4 [email protected]
한국계 스위스인 소령 소피 역을 소화한 이영애는 'JSA'에서 박 감독과 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친절한 금자씨'(2005)에선 주인공 금자를 연기했다.
이영애는 "20대 끝 무렵에 'JSA'를 만난 덕에 30대에 좋은 작품에 많이 참여하고 '친절한 금자씨'도 할 수 있었다. 기적 같은 작품"이라면서도 "지금 소피 역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찍어 편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수혁의 후임 일병 남성식 역의 김태우는 "저는 다시 돌아가도 그때의 느낌을 못 살릴 것 같다"며 "개봉 전에 기술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이런 좋은 영화에 출연하게 돼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천운이라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이영애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관객과의대화(GV)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은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를 발표했다. 2025.2.4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