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알리役 아누팜 "연기하려 한국행…사투리·사극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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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보단 '꾼'이란 말 좋아"…한예종에 장학생으로 내한
"'오겜' 알리, 감사한 역할…건강한 이야기 많이 나누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저는 배우보다 '꾼'이라는 단어가 더 좋아요. 자기 직업(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에 외국인 노동자 알리로 출연하고 드라마 '킹더랜드'(2023)의 아랍 왕자 역으로 널리 알려진 인도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37)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이다.
개발도상국 인재를 선발해 지원하는 한예종의 장학사업 '아트 메이저 아시안 플러스'(Art Major Asian plus·AMA+)'로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유학을 왔다.
아누팜 트리파티는 6일 한예종 석관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그간의 연기 인생을 들려줬다. "한예종이 꾼을 만들어준다"며 학교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지난 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는 한국으로 오기 전 5년간 연극 활동을 했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던 중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에 빠졌다. 연기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한 친구의 소개로 한예종 장학사업을 알게 됐다. 3개월 넘게 준비해 지원한 그는 합격 소식을 듣고 2010년 한국으로 왔다.
트리파티는 "(한예종) 커리큘럼을 보니 무대 연기, 무술, 호흡 훈련 등이 있었다. 내 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지원했다"며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외국에 장학생으로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유학 생활은 적응이 필요했다.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3개월간 집에 대한 그리움으로 많은 눈물을 보여 '울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입학하니 대학 동기들과 같은 고민을 한다는 동지 의식이 생겨났다. 서울 녹사평 등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 활동을 지속해나갔다. 그는 그런 생활이 "재밌었다"고 돌아봤다.
2013년 '사보이의 사우나'로 연극 무대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무대 미술가 여신동의 첫 연출작으로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으로 알려진 정재일 음악감독도 참여한 작품이다. 2014년에는 '국제시장'으로 영화에도 처음 출연했다.
그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것은 '오징어 게임'의 알리 역이다. 영상에 조감독·감독 오디션까지 세 번의 오디션을 거쳐 발탁됐다.
그는 "오디션은 재미있게 봤다"면서도 "어색한 한국말로 연기해야 했는데 오히려 그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당시 본인의 실제 한국어 실력보다 능숙하지 않게 해야 했던 탓이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눈물 연기도 선보인 끝에 알리 역에 합격했다. 그는 한예종 기숙사에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몸무게를 늘리고 알리의 큰 몸집을 만들었다.
트리파티는 최근 시사회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 2'도 봤다며 "3년 전에 제가 저기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알리) 역할은 저한테 되게 감사하고 소중해요. (중략) 시즌 2, 시즌 3의 다양한 배우들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많은 것을 얻으면 좋겠어요."
트리파티는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베테랑 연기자가 됐다. 국내 영화 '창혼: 구원의 밤'의 주연부터 넷플릭스 인도 드라마 'IC 814: 공포의 비행'까지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5월 방영될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에도 출연하고 3∼4월에는 인도 영화를 촬영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길을 닦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 외국인 예술가들이 걸어갈 길 중 하나를 본인이 보여주고 싶다는 인식이다. 그는 "저는 운이 좋게 많은 선생님의 조언과 축복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책임져야 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모든 시상식에 외국인 배우를 위한 상 부문이 생기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트리파티는 "한국어에 대한 감각이, '한국의 박자'가 이제야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며 "그 박자로 잘 놀고 싶다. 사투리도 할 수 있고 사극도 출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직 시장은 제가 한국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 한계가 저한테는 위로가 돼요. 한계점에서부터 출발해 (다음) 단계로 갈 거예요."
장학 사업과 연기 활동을 통해 받은 사랑을 계속 나누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특강 등 외부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트리파티는 "특강을 통해서든 개인적으로든 많은 사람과 만나 건강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많은 사람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저는 해결법이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