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원작자 "말도 안 되는 의학드라마라는 게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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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이가 작가 인터뷰…"저를 투영한 캐릭터는 항문외과 한유림이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전쟁터를 누비던 천재 의사가 국내 유명 대학병원에 교수로 부임한다.
그는 다혈질이고 성격도 까칠하지만, 실력 하나는 믿을 만하다. 날아다니는 헬기에서, 흔들리는 앰뷸런스 안에서도, 열악한 해외 의료시설에서도 막힘없이 환자들을 처치해 생명을 구한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비영어권 TV쇼 시청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증외상센터' 속 백강혁이 그 주인공이다.
동명 원작 웹소설을 쓴 한산이가(본명 이낙준) 작가는 9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의학드라마는 없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어필을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장점을 꼽았다.
작가가 의사지만, 이 드라마는 의학적 고증보다도 판타지 같은 전개가 더 큰 매력이다.
그는 "오히려 제가 신경 쓴 것은 고증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의학이라는 소재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 간의 이야기를 보여줘야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르 소설은 장르 불문 판타지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그것이 재미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한산이가 작가는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닥터프렌즈'를 이끄는 인기 유튜버이기도 하다.
의사이면서 왜 굳이 웹소설 작가가 됐을까.
작가는 "학생 때 '하얀거탑'으로 외과 의사를 꿈꾸게 됐다"며 "실습 도중 '테이블 데스'(수술 중 사망)를 경험했다. 집도의 교수님이 밤늦도록 수술방 벽에 기대어서 나가지를 못하셨고, 보조만 했던 저도 충격이 컸다"고 과거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 "'아무나 못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외과를 포기하게 됐는데, 수술은 아쉬워서 이비인후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메스 하나로 사람을 살리는 외과 의사 꿈은 살아남아 웹소설 속 주인공으로 발현됐다.
한산이가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증외상센터' 외에도 '닥터, 조선 가다', 'A.I 닥터', '검은 머리 영국 의사', '군의관 이계가다', '의술의 탑', '열혈 닥터, 명의를 향해!' '의느님을 믿습니까', '포스트 팬데믹' 등을 연재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르 소설을 좋아했다. 나이가 들고서 한번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며 "제일 재미있게 보는 소설 장르가 판타지, 무협이어서 앞으로는 그쪽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다만,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습작만 써보고 있다"고 했다.
'중증외상센터'에는 여러 의사 캐릭터가 등장한다.
누군가는 영웅적이며, 어떤 이는 휴머니스트이고, 다른 누구는 한없이 출세 지향적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작가가 자신을 가장 많이 담아낸 캐릭터는 누구일까.
"저를 투영한 인물은 양재원보다는 (항문외과 교수) 한유림이에요. 이기적이고 성공 지향적이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람은 아닌, 그냥 보통 사람. 다만 마음 한구석에 백강혁 같은 사람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그리고 어떤 계기가 생기면 그것이 설령 끌려가는 것이라 해도 선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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