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215분에 도전한다…오스카 10부문 후보 '브루탈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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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보람기자

    유대인 건축가 이야기 감동적이지만 긴 상영시간에 15분 인터미션도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집에서 보는 15분짜리 영상도 1.5 배속 버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 '숏폼 시대'다.

    휴대전화를 힐끔거리는 것도 눈치 보이는 극장에서 3시간 반 넘게 가만히 앉아 영화에 집중할 관객은 얼마나 될까.

    브래디 코베 감독이 연출한 '브루탈리스트'는 급변한 콘텐츠 환경에 용기 있게 도전장을 내민 작품이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215분(3시간 35분) 달한다. 긴 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관객을 위해 15분간의 인터미션(중간 휴식)도 마련됐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세계를 휩쓴 이후에도 3시간을 넘기는 영화가 꾸준히 나오긴 했다. 국제 평단의 인정을 받은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濱口龍介·47)가 내놓은 328분짜리 '해피 아워'는 상영 시간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긴 러닝타임은 여전히 대단한 모험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크리스토퍼 놀런, 제임스 캐머런 같은 팬층이 탄탄하고 영화계에서 영향력이 강한 감독만이 뚝심 있게 대작을 만들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브루탈리스트'는 저예산 영화를 주로 연출한 코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드라마틱한 서사나 액션 신, VFX(시각특수효과)의 화려함도 없다.

    홀로코스트를 피해 도망친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에이드리언 브로디 분)의 30년 여정을 따라 스토리를 펼친다. 전쟁 피해자이자 이방인인 그가 낯선 땅 미국에서 우여곡절 끝에 건축물을 지어나가는 과정이 큰 줄기를 이룬다. 언뜻 실존 인물의 전기 영화로 보이지만 라즐로는 가상의 인물이다.

    영화는 라즐로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에 도착해 사촌의 가구점에서 일하게 되는 장면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는 한때 동유럽에서 이름을 날린 건축가였지만, 나치가 그의 활동을 금지한 이후로는 건축에서 손을 떼고 일용직을 전전한다.

    그러다 부유한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의 서재를 리모델링한 것을 계기로 큰 기회를 잡는다. 라즐로의 능력을 알아본 해리슨이 그에게 대규모 문화센터 건립을 맡긴 것이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족의 집단 학살과 전쟁으로 마음이 폐허가 된 남자가 혐오와 반대를 이겨내고 예술혼을 불태우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준다.

    영화의 제목으로 활용된 브루탈리즘은 1950년대 영국에서 전후 복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등장한 건축 양식이다. 디자인보다 구조적 요소를 강조해 마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이민자 출신의 건축가들이 이런 건축물을 만들었다. 브루탈리즘은 그 자체로 전쟁의 상흔과 이민자들의 아픔이 담긴 건축 양식인 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문화센터가 좋은 예다. 유대인 강제수용소 막사를 닮은 건물 위로 우뚝 솟은 십자가에서 라즐로의 트라우마와 투쟁심이 엿보인다. 시야각이 넓은 '비스타 비전' 방식으로 영화 속 건물을 카메라에 담은 덕분에 관객은 스크린을 꽉 채운 미장센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브로디의 훌륭한 연기를 보다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브로디가 아닌 다른 배우가 라즐로의 불안과 혼란, 고집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영화를 끌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이 작품으로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진다. 1973년생인 브로디는 만 29세였던 2003년에도 홀로코스트 광풍에 휩싸인 음악가를 연기한 '피아니스트'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스토리와 메시지, 연기, 미장센, 음악 등 '시네마' 요소를 모두 갖춘 '브루탈리스트'는 남우주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에밀리아 페레즈'(12개 부문 후보), '위키드'(10개)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영화 '브루탈리스트' 속 한 장면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성과 별개로 관객을 얼마나 불러 모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들로 인해 영화가 길어진 느낌도 없지 않다. 영화가 막 흥미로워지는 때에 시작하는 인터미션이 오히려 관람에 방해가 될 우려도 있다.

    최근 한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 '서브스턴스', '더 폴: 디렉터스 컷', '존 오브 인터레스트', '추락의 해부' 등 해외 예술 영화가 예상 밖의 선전을 거뒀다는 점은 흥행을 기대할 만한 요인이다.

    12일 개봉. 215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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