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업튀' 송건희 "원래 굉장히 소심했는데…연기로 용기 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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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 짝사랑하는 '얼짱' 김태성 역
"고교 1학년때부터 배우의 꿈…이렇게까지 잘되니까 얼떨떨해요"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출연한 배우 송건희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5.24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아직 얼떨떨해요. 솔직히 주목받으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줄 알았거든요. (웃음)"
뒷머리를 길게 내린 투박한 '울프컷'에 검은색 피어싱, 두 다리에 착 달라붙는 스키니 진까지.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에서 '그때 그 시절' 인터넷 소설을 뚫고 나온 듯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배우 송건희는 "이렇게 잘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고 밝은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송건희(27)는 "모두가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고, 잘되기를 바랐던 작품인데 막상 이렇게까지 잘 되니까 신기하고 현실감이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선업튀'에서 송건희는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인기의 척도였던 2000년대 초반, 여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얼짱' 김태성을 연기했다.
송건희는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맡게 됐다"며 "태성이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친구'인데, 감독님께서 제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능글맞은 연기를 꼭 해보고 싶었고, 자신도 있었기 때문에 너무 잘 해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싸이월드 '얼짱'들과 당시 인터넷 쇼핑몰 모델들의 사진을 하염없이 찾아가며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능글맞은 연기를 좋아했어요. 이전까지는 이런 역할을 해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꾸준히 연습했었죠."
살면서 딱히 뭐 하나에 꽂혀본 적도 없고, 뭔가를 열렬히 좋아하거나, 열중해 본 적도 없는 김태성은 어느 순간부터 임솔(김혜윤 분)이라는 또래 여학생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담배와 싸움은 나쁜 거라며 온갖 훈계를 해대는 임솔이 웃기고, 다른 여자애들이랑 다른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재밌다. 일부러 짓궂게 말장난을 걸어 구박받는데도 자꾸만 실실 웃음이 나온다.
송건희는 "태성이는 자유분방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마음이 굉장히 여린 친구"라며 "마음 아픈 가정사와 애정결핍이 있는데, 관심을 받기 위해 엇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성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는 좋아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솔이를 좋아하는 마음도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한다"고 짚었다.
김태성은 결국 임솔과 얘기하다가 본인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송건희는 "'혹시 내가 너 좋아했나?'라는 대사가 허세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때 태성이는 그저 누군가를 좋아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출연한 배우 송건희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5.24
"이후로도 태성이는 늘 솔이의 행복을 바랐어요. 태성이는 솔이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까지 보시면 태성이가 솔이와 선재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2017년 웹드라마 '플랫'으로 데뷔한 송건희는 드라마 'SKY캐슬', '좋아하면 울리는', '쌍갑포차', '미씽: 그들이 있었다'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는 "2017년 이후 매해 작품을 적어도 하나씩은 했던 것 같다"며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늘 전작과는 다른 역할을 찾았다. 그렇게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연기에 도전했고, 다양한 배역을 만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출연한 배우 송건희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5.24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송건희는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 없고, 연기만 보며 살아왔다"고 되짚었다.
"원래는 되게 성격이 활발하고, 늘 반장 또는 부반장을 하던 학생이었는데, 중학교 이후부터 굉장히 성격이 위축됐었어요. 조용하고, 소심하고, 친구들을 따라다니기만 했죠. 근데 고등학교 때 연극 무대에 올랐는데 아무 말도 못 하던 제가,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에너지를 내뿜고 싶었는데, 그럴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통해 용기를 빌린 셈이죠."
아직 차기작을 결정 중이라는 송건희는 "매 작품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다"며 "새로운 인물을 만날 때마다 저는 점점 더 작은 존재가 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면서 인간 송건희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조금 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달까요. 그런 게 제가 느끼는 연기의 장점인 것 같은데, 무엇보다 일단 일이 재밌어요. (웃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출연한 배우 송건희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