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IMF 때 아버지 일용노동자로…경험해서 더 실제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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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시절 주류회사 인수전 그린 '소주전쟁'…글로벌 투자사 역
감독 하차에 "완성도 위해 노력"…"'시그널 2'·'모범택시 3'도 기대 충족할 것"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제 어린 시절 있었던 이야기를 영화로 선보이게 됐습니다. (당시와) 현재 무엇이 달라졌는지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영화 '소주전쟁'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이 2일 서울 삼청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영화에서 매력을 느낀 지점에 관해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영화를 만든 점이 흥미로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소주전쟁'은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주를 만드는 회사 국보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당시 있었던 진로그룹 인수전을 모티브로 삼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제훈은 국보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인범 역을 연기한다. 그는 어린 시절 IMF 외환위기 여파를 체감한 사람으로서 영화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이제훈은 "IMF 시절은 중학생부터 대학 다니던 때로 기억한다. 자영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IMF 위기 이후 일용노동자로 일하시는 모습을 봤다. 힘든 상황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던 세대"라며 "학창 시절 얘기여서 그런지 (영화가) 더 실제처럼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영화에는 국보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국보그룹과 솔퀸이 대결하는 내용이 담겼다. 솔퀸은 '선진 금융 기법'을 통해 국보의 경영권을 인수하려 하고 국보그룹은 '외국 자본에 국내 기업이 넘어간다'며 국민에 호소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음모와 속임수, 검은 거래가 난무하고 각 인물의 민낯이 드러난다. 영화의 가제는 도덕적 해이를 뜻하는 '모럴 해저드'였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보이고 싶었던 건 위기를 겪고 난 다음 대한민국에 도덕적 해이가 더 팽배해졌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영화는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려는 국보의 재무이사 종록(유해진 분)과 인범의 대비를 통해 관객에게 생각할 지점도 던진다. 종록은 '회사가 잘 돼야 나도 잘된다'며 회사를 자기 인생과 동일시하는 반면, 인범은 '일은 일이고 인생은 인생'이라며 회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제훈은 "삶과 일에 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었다"며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통해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영화는 최윤진 감독과 제작사가 대립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작사 더램프 측은 최 감독의 각본이 원작자의 시나리오를 탈취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영화 크레딧에 최 감독을 '현장연출'로 표기했다. 최 감독은 시나리오를 탈취하지 않았다면서 법원에 감독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처분 소송에서 최 감독의 감독계약해지 효력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소주전쟁'의 제작보고회, 시사회 등의 일정은 감독 없이 배우들만으로 진행됐다.
이제훈은 이에 관해 "함께 작업하다가 서로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해 중간에 그만두거나 새로 합류하는 일은 작품마다 있다"며 "이번에는 좀 더 직접적으로 와 닿게 됐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잡음 없이 온전하게 이 영화를 선보이려는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해 의견을 많이 냈다"며 "극장에서 보니 고생한 보람이 느껴진다. 이번 작품에 유독 애착이 많이 간다"고 했다.
이제훈은 함께한 배우 유해진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그는 이번 작품만으로는 아쉽다며 유해진과 또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가 한국 영화를 집중적으로 봤던 시기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로 (당시 영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해진 선배가 항상 계셨다"며 "('소주전쟁'에서) 선배님이 자유롭게 연기하며 인물의 생생함을 표현해줘서 두 인물(종록과 인범)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제훈은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독립영화관을 직접 돌아다니며 소개하는 내용의 영상이다.
이는 '파수꾼' 등 독립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성장해온 그의 경력과 관련이 있다. 이제훈은 독립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극장을 지키고자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 작가, 배우, 촬영, 조명, 음향 등 모든 요소가 모여 영화라는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꿈을 키우는 데는 독립영화의 역할이 어느 것보다 크다는 생각"이라며 "그렇게 영화를 동경하고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여러 위치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데, 그 싹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이제훈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며 "극장에 많이 오셔서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훈은 요즘 드라마 두 편을 동시에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끄는 드라마 '시그널 2'와 '모범택시' 시즌 3이다. 그도 후속작을 선보이게 된 것에 기대감이 크다.
그는 '시그널 2' 촬영에 관해 "10년 만에 함께 모여서 연기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저에겐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라며 "그때보다 제가 성장했다는 생각도 든다. 시야가 확장되며 여유도 갖게 됐다"고 했다.
"저도 '시그널 2'와 '모범택시 3'에 대한 기대가 커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기대에 충족하는 작품이 될 거라는 점이죠. 기분 좋게 촬영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