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영웅시대를 막을순 없다…임영웅 "팬들과 큰꿈 펼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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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으로 양일간 10만 관객 운집
정통 트로트부터 댄스곡까지 30곡 열창…열기구 타고 팬들 만나기도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죠. 한층 더 촉촉해진 감성으로 즐겨주시면 됩니다."
잔뜩 먹구름이 낀 날씨에도 임영웅의 콘서트가 열리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은 맑은 하늘을 닮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공연 전 세차게 내리던 빗방울도 공연 시작 직전 잦아들며 영웅시대의 축제를 축하했다.
가수 임영웅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IM HERO - THE STADIUM) 공연에서 "비를 맞으며 시원하게 공연할 수 있어 좋다"며 "제 모든 것을 갈아 넣었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 앞으로도 영웅시대와 함께 더 큰 꿈을 펼쳐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영웅은 싸이, 세븐틴 등 톱스타들이 공연을 개최한 이곳에서 25∼26일 양일간 공연으로 약 10만명의 관객과 함께했다. 영웅시대(임영웅 팬덤)는 임영웅을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열띤 호응을 보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는 가운데 깃발을 나부끼는 악단과 무대에 등장한 임영웅은 '무지개', '런던 보이', '보금자리' 3곡을 잇달아 선보였다.
'런던 보이'에서 수십명의 댄서들이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임영웅이 중앙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흡사 올림픽 개막식 같은 규모를 자랑했다.
댄서에게 마이크를 맡겨두고 꺾기 춤을 비롯한 안무를 직접 소화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금세 빗방울과 땀으로 얼굴을 적신 임영웅은 "개인적으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며 "축구할 때도 수중전이 재밌다. 그래서 아마 노래도 더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영웅은 이날 대표곡 '이제 나만 믿어요', '사랑은 늘 도망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3시간 동안 총 30곡을 열창했다.
'바램'과 같은 정통 트로트부터 댄스곡인 '런던 보이', 발라드풍의 신곡 '온기'와 '모래 알갱이'까지 임영웅의 폭넓은 레퍼토리를 감상할 수 있는 무대였다.
노래 '소나기'에서는 우비를 입은 댄서들과 빗물을 튀기며 안무를 선보였는데, 궂은 날씨와 어우러져 곡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라이브로 연주하는 색소폰과 피아노 선율도 비가 오는 날의 우수를 돋보이게 했다.
또한 '아버지'에서는 눈을 감고 비를 맞으며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온기'에서는 비를 맞으며 홀로 의자에 앉아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울림을 건네기도 했다.
노래와 함께 단편 영화로 촬영한 '온기' 뮤직비디오 일부를 공개한 임영웅은 "앞으로 연기를 도전해보려 한다"며 "연기 선생님께 제법이라는 평가를 들어 자신감이 붙었다. 코미디, 액션, 로맨스 등 생활감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는 관객을 배려하고 공연의 퀄리티를 높이는 섬세한 디테일이 곳곳에서 돋보였다.
경기장 주변에는 티켓 색상별로 유도선을 깔아두어 바닥만 보고도 좌석을 찾아갈 수 있게 했다. 공연장을 찾는 모든 관객에게 우비를 증정해 쾌적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축구장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그라운드 위에 객석을 배치하지 않고 그라운드 밖으로 돌출 무대를 설치한 점도 눈에 띄었다. 임영웅은 돌출 무대를 걸어 다니며 관객에게 손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대형 열기구를 타고 공연장을 한 바퀴 돌며 2층 관객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임영웅은 "여러분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데 공연장이 너무 넓은 관계로 열기구를 준비했다"며 "열기구는 정말 안전하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기는 듯한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며 웃었다.
궂은 날씨를 뚫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임영웅과 함께 특별한 소풍을 만끽했다. 비를 피해 스타디움 지붕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관객들은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나눠 먹었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팬들은 콘서트를 향한 기대감에 비를 맞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들 김모(19) 군과 함께 콘서트를 관람하러 온 어머니 김모(50) 씨는 "임영웅 콘서트에 처음 와보는데 아들이랑 같이 와서 떨리는 마음"이라며 "그동안 보고 싶어도 시간이 맞지 않아 관람하지 못하다가 직접 2장을 예매하게 됐다. 생일인데 이렇게 콘서트에 오게 되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공연장까지 배웅한 30대 천모 씨 자매는 "티켓을 어렵게 구했는데, 월드컵경기장도 임영웅에게는 작은 것 같다"며 "임영웅 씨가 노래도 자주 내주고 공연을 자주 열어줘서 중년 여성들에게 즐길 거리를 주셔서 좋다. 삶의 활력소를 5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임영웅은 공연 말미 '아파트', '남행열차' 등 트로트 메들리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뒤 '두 오어 다이'(Do or Die)에서 모든 힘을 짜낸 춤을 선보였다.
이어 앵콜곡으로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부르며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겼다.
"데뷔 후 2849일이 흘러 이 스타디움에 서 있는 것은 저의 힘이 아닌 여러분들의 힘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앞으로도 저는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영웅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