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찾아 우주로 떠난 지구 금쪽이…애니 '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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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신작…외로운 소년의 외계 행성 모험 그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요즘 말로 '금쪽이'인 열한 살 소년 엘리오는 매일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 다닌다.
몰래 학교를 빼먹는 건 물론이고 고모인 올가의 훈계를 버릇없이 되받아치기 일쑤다. 친구들과 주먹다짐을 벌였다가 한쪽 눈을 크게 다쳐 오기도 한다.
올가는 조카의 행동 하나하나가 도무지 납득되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건 외계인을 향한 그의 집착이다.
엘리오의 방은 외계인 관련 기사와 모형, 장난감, 포스터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엘리오는 급기야 조잡하게 만든 외계 송수신기를 밤마다 해변에 설치하고 모래사장 위에 대(大)자로 드러눕는다. 그 주위로는 하늘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큰 글씨로 이렇게 써놓는다.
"Aliens! Abduct Me!!!"(외계인들아! 나를 납치해줘!!!)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오'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기를 꿈꾸는 사고뭉치 엘리오가 어느 날 갑자기 외계 행성으로 소환되며 겪는 모험을 그린다. 도미 시, 매들린 샤라피언, 아드리안 몰리나 세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소울'(2020), '루카'(2021), '엘리멘탈'(2023), '인사이드 아웃 2'(2024) 등 디즈니·픽사 대표작 제작에 참여한 감독들이다.
'인사이드 아웃'(2015)과 '인사이드 아웃 2'(2024)에서 각각 슬픔과 불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 관객에게 위로를 전했던 픽사는 이번 작품에선 외로움을 소재로 삼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세상에 나 혼자인 것만 같은 기분'을 주인공 엘리오를 통해 표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엘리오가 지구를 벗어나고 싶은 이유도 바로 외로움 때문이다. 그는 사고로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은 뒤 누구에게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살았다. 앞에선 고모에게 큰소리를 치지만, 뒤에선 그의 삶에 방해꾼이 된 듯한 느낌에 기가 죽는다. 학교 친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다.
그는 우주에 있는 수많은 행성 중 어딘가에 자신을 사랑해줄 생명체가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주의 고등 생명 공동체 '커뮤니버스'에서 자기를 지구의 대표로 오해해 데려온 것을 알아채고도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다. 지구 대표 행세를 하기로 한 엘리오는 커뮤니버스의 정식 일원이 되기 위해 이들의 골칫거리를 대신 해결해주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생애 처음으로 또래 친구 글로든도 사귄다. 둘은 우주 곳곳을 누비고 갖은 고비를 넘기면서 우정이 뭔지 알게 된다.
픽사 영화는 성인 관객도 눈물짓게 해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불리곤 하지만 이번 신작은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한 듯하다. 엘리오의 여정이 다소 단순하게 그려지고 우정과 가족애, 유대감이란 메시지가 도드라지는 느낌이다. 웃음보다는 감동에 초점을 맞춰 코믹한 캐릭터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구와 우주를 오가며 보여주는 눈부신 영상미만큼은 관객이 기대한 대로다. SF 실사 영화에서 흔히 묘사하는 어두운 분위기의 행성과는 달리 커뮤니버스는 '엘리멘탈' 속 원소들의 도시 엘리멘트 시티처럼 신비한 곡선 모양의 구조와 반투명한 형형색색의 색감으로 꾸며졌다. 제작진은 현미경으로 관찰한 작은 버섯과 균류, 미세한 해양 생물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속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외계 캐릭터들은 외계의 지적 동물을 연구하는 세티(SETI)의 천문학자 질 타터에게 자문해 완성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속 외계 생명체 '크리퍼'를 닮은 글로든을 제외하면 대부분 개성이 뚜렷하고 귀여운 구석도 있다.
18일 개봉. 98분.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