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맞은 과학수사 '스모킹 건'…"가해자에 초점 차별화"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세간을 뒤흔든 이춘재·강호순·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그리고 '비운의 왕세자' 소현세자의 석연찮은 사망 사건까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범죄부터 몇백년 전 발생한 의문의 사망 사건까지 집요하게 파헤치는 KBS 2TV 범죄 과학수사 토크 프로그램 '스모킹 건'이 어느덧 100회를 맞는다.

첫 회부터 MC로 활약한 방송인 안현모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열린 '스모킹 건' 100회 기념 간담회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저희는 처음 마음가짐을 그대로 간직해 모두에게 깨달음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결정적인 단서라는 뜻의 '스모킹 건'(smoking gun)을 본떠 제목을 지은 이 프로그램은 범인이 남긴 흔적에서 증거를 찾고, 진실을 추적하는 과학 수사의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짧은 머리카락 한 올에서 추출된 DNA, 희미한 지문, 찰나의 표정과 뇌파 등을 단서로 활용해 범죄를 해결하는 수사관들의 집요한 노력을 담아낸다.

안현모는 "프로그램이 100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은 섭외 덕분"이라고 꼽았다.

그는 "범죄 사건을 다룰 때마다 실제로 사건에 관여하셨던 분들을 섭외하고 있다"며 "방송에 익숙한 연예인들처럼 말을 재미있게 하지는 않으셔도,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변호사분들에게선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호응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 사건을 단순히 흥미 소재로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해자들의 범행 동기를 들여다본다는 점 역시 '스모킹 건'만의 차별 포인트라고 짚었다.

안현모는 "보통의 범죄 예능 프로그램은 어떻게 하면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데, '스모킹 건'은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가 가해자를 양산하지 않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단순한 경각심에서 나아가 어떻게 사회 일원으로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현모와 함께 MC로 출연 중인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도 "'스모킹 건'은 범죄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데 경찰, 검찰, 수많은 과학자와 법의학자들의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며 "프로그램이 100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수사관들의 의지와 노력이 잘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과 암이 있는 사회에서 우리 프로그램은 암을 없애기 위해 음지에 햇빛을 비추고 있다"며 "'스모킹 건'이 저 이후의 법의학자들도 꾸준히 출연할 수 있는, '6시 내 고향' 같은 장수 프로그램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김종석 PD는 앞으로도 "프로그램의 외연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모킹 건'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사건을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라며 "지금껏 소현세자,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룬 것처럼 역사 속에 묻힌 다양한 사건을 들여다보며 프로그램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이 발전하기 이전에 발생했던 사건들을 오늘날의 기술력으로 다시 들여다보면 분명 새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역사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봤기 때문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 최악의 폭군으로 꼽혔던 연산군을 분석해보는 등 적극적으로 새 시도를 해나가려 합니다."(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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