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아이돌, 모든 K팝 그룹 참고해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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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강 감독 일문일답…"캐나다 이민 후에도 방학마다 한국서 문화 접해"
"미국서 K 들어가는 모든 것에 열광…영어로 한국 문화 알릴 것"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다섯 살 때 캐나다로 이주한 이후에도 초등학교 여름 방학은 모두 한국에서 보냈어요. 사촌들과 놀며 텔레비전을 보고, 음악을 듣고 자라서 한국의 '팝 컬처'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영화 속 디테일도 제 어린 시절 경험에서 나온 거예요. 이 작품에 한국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최근 전 세계에서 흥행몰이 중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공동 연출한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이 25일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제작과정을 들려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사냥하는 데몬 헌터스로 활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악령들의 왕인 귀마가 헌트릭스에 맞서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를 인간 세계에 내보내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 영화는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대사 역시 대부분 영어로 이뤄졌지만 '음 소거'를 하고 보면 국내 영화라고 느껴질 만큼 한국적 색채가 두드러진다. 남산타워나 북촌 같은 실제 장소, 음식, 생활 습관 등 사소한 부분까지 한국인이라면 금세 눈치챌 만한 요소가 사실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이 작품이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모든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려고 했다"면서 "아주 많은 한국 (스태프)분들의 손길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의 디자인을 하던 당시 팀원 10명과 함께 한국을 답사하기도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북촌을 비롯해 명동, 민속촌을 돌며 아이디어 구상을 반복했다.
이 작품은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K팝과 오컬트를 결합한 독특한 장르를 내세워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강 감독은 걸그룹이 무대 밖에서는 악귀를 잡는 데몬 헌터스라는 설정은 무당과 굿에서 영감을 받아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굿이라는 건 음악과 춤으로 요괴들을 물리치는 것으로 이 영화의 컨셉과 딱 맞을 것 같았다"며 "어떻게 보면 굿이 최초의 (K팝) 콘서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K팝은 여러 해외 콘텐츠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글로벌한 문화가 됐지만, 이를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든 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처음이다.
강 감독은 "어려웠던 지점은 아무도 K팝으로 뮤지컬 영화를 만든 적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작곡가들이 7∼8번 수정을 거쳐 음악을 완성했다"고 돌아봤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음악 작업에는 테디를 비롯한 더블랙레이블 소속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곡을 여러 차례 쓴 제나 앤드루 등 해외 아티스트들도 작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강 감독은 "당장 음원을 발매하더라도 사람들에게 K팝다운 음악으로 인지될 수 있을 만한 곡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며 "그래서 한국 레이블과 협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 싶었고, 원타임 시절의 테디의 팬이기도 해 더블랙레이블과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안효섭, 이병헌 등 한국 배우들도 목소리로 출연했다. 안효섭은 사자보이즈의 리더이자 남자주인공 진우를, 이병헌은 '메인 빌런' 귀마를 영어로 연기했다.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강 감독은 '사내맞선'(2022)을 보고서 안효섭을 진우 역에 캐스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안효섭 씨가 전화할 때 영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장면을 보고 '아, 진우구나' 싶었다"며 "진우 역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영어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해 애를 먹던 때였다"고 회고했다.
이병헌에 대해서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첫 한국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하고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며 "그와 함께 작업한 게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강조했다.
목소리 연기자만큼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비주얼이다. 이들의 외모가 어떤 K팝 가수를 참고해 만들어졌는지 궁금증을 낳았고, 누리꾼들은 닮은꼴인 한국 연예인 사진을 담은 온라인 게시글도 잇따라 올리고 있다.
강 감독은 그러나 "특정 그룹이나 멤버를 참고하지는 않았다. 모든 K팝 그룹과 멤버들에게서 영향을 받아서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자보이즈가 갓과 도포를 착용한 '저승사자 복장'으로 군무를 펼치는 장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저승사자가 무엇인지, 사자보이즈가 쓴 모자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해외 시청자들의 댓글도 발견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저승사자뿐만 아니라 도깨비, 호랑이 귀신, 당산나무, 굿 등 한국 무속 신앙의 소재가 여럿 등장하는데,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 역시 이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강 감독은 "K팝이나 K뷰티처럼, 뭐든 'K'가 앞에 들어가면 미국인들은 열광한다"며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문화가 정말 훌륭해졌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저는 문화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자란 곳은 북미이기 때문에 양쪽 세계에 다발을 딛고 있는 셈입니다. 두 세계를 화합하고 싶은 저로서는 영어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방식이 제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영어로 한국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 회사에서 제작된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나타내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