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러브라인이 필수는 아니니까…로맨스 덜어낸 드라마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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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맨스'로 인기 끄는 '살롱 드 홈즈'…일상 속 성장기 '서초동'
OTT 장르물 흥행에 '기승전 로맨스' 옛말…"성장·우정·전문성 등 강조"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범인 잡으러 다니는 형사들부터 환자의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실 의사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변호사들까지….
안방극장 속 주인공들이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와 눈이 맞아 연애하는 전개는 오랫동안 한국 드라마의 공식처럼 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틀에서 벗어나, 로맨스 대신 주인공들의 색다른 케미(호흡)에 중점을 둔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ENA에서 방송 중인 '살롱 드 홈즈'가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는 대단지 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주부들의 코믹 액션 활극이다.
비상한 추리력을 가진 주부 공미리(이시영 분), '여자 마동석'으로 통하는 전직 에이스 형사 추경자(정영주), 다섯 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미혼모 박소희(김다솜), 보험왕 이력을 지닌 '눈치 백단' 전지현(남기애) 등 개성 넘치는 여성 4명이 평화로운 아파트 생활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퇴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출을 맡은 민진기 PD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민 PD의 설명대로 이 드라마는 로맨스 대신 여성들 사이에 맺어진 끈끈한 우정과 유대감, 즉 '워맨스'(Womance)를 보여주며 호응을 얻고 있다.
각자의 특기를 살려 연대하며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고, 일상 속 악당들을 속 시원하게 응징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평이 나온다.
시청률 1.3%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6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3.4%를 기록했다. ENA가 비교적 신생 케이블 채널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성적이다.
tvN 새 드라마 '서초동'도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당초 문가영과 이종석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둘의 연애 구도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드라마 홍보 자료에서 로맨스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지난 5일 방송된 첫 회도 주인공 변호사들의 근무 일상을 담아냈다.
문가영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이종석과의 로맨스에 대해 "방송을 끝까지 보셔야 저희 관계의 숨은 비밀이 나오기 때문에 알려드리기는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서초동'은 법조타운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어쏘 변호사'(법무법인 고용 변호사) 5명의 직장생활을 그린다. 이종석은 9년 차 변호사 안주형 역할을 맡았고, 문가영은 1년 차 햇병아리 변호사 강희지를 연기한다.
실제 변호사가 극본을 맡았고, 법률가 5명의 일상을 담은 잔잔한 성장물인 만큼, 로맨스가 나오더라도 그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MBC에서 방송 예정인 '메리 킬즈 피플', JTBC '에스콰이어'도 로맨스 대신 장르적 완성도에 주력한 작품으로 보인다.
이보영·이민기 주연의 '메리 킬즈 피플'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의 조력 사망을 돕는 의사와 이를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이진욱·정채연 주연의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은 사회생활에 서툰 신입 변호사가 능력 있는 파트너 변호사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에는 장르물인데도 시청자층을 확장하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로맨스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았다.
근래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 중 로맨스 없는 장르물이 잇따라 호평받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흥행에는 러브라인이 필수라는 기존 공식이 점차 깨지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한국 드라마는 '기승전 로맨스'라고 할 정도로 어떤 배경에서도 무조건 사랑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OTT의 등장으로 한국 드라마가 이 관습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로맨스를 덜어낸 드라마는 러브라인에 가려질 수 있는 주인공의 성장 서사와 직업적인 전문성, 캐릭터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 등 다른 코드를 강조하며 기존 드라마와 차별성을 갖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