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총기 소재지만,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않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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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유통되는 가상의 한국 그린 '트리거'…"실제 총기사건에 놀라"
김영광 "매력적인 빌런 역…판타지 캐릭터도 욕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대한민국은 '총기 청정국'이라고 불린다.
경찰이나 군인을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총을 만져볼 일이 거의 없다. 최근 인천에서 사제 총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지만, 총기 테러 뉴스 대부분은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다.
그런 한국에 총기가 유통되고, 마음에 울분이 가득한 사람들 손에 총이 들어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는 이 같은 상상력에 기반해 총기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는 21세기 한국의 모습을 그렸다.
'트리거' 속 정의로운 경찰 이도와 해맑으면서도 섬뜩한 악당 문백 역을 각각 연기한 김남길과 김영광을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잇달아 만났다.
◇ 김남길 "이도, 답답했던 때도 있었지만 결국 이해"
김남길은 '트리거'에서 총을 누구보다 잘 다루지만, 총의 무서움도 잘 아는 군인 출신 순경 이도 역할을 맡았다.
김남길은 "'국민의 절반이 군 경험을 통해 총을 다룰 수 있는 나라에 총기가 풀리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작품의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트리거'는 총을 중심에 둔 이야기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총기 사용을 정당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담아낸다.
김남길 역시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총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며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를 죽여서 얻어지는 평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인 총기 액션에서는 총으로 악당을 응징하거나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며 "'트리거'에서는 총을 든 사람을 총으로 제압하기보다는 맨몸 액션 등을 통해 자제시키려고 했다. 폭력을 폭력으로 잡지 말자는 의미였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총기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만든 것은 아니고, 판타지적인 요소로 만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작품이 공개되자 누구보다 뛰어난 명사수인 이도가 최대한 비폭력적 선택을 하는 모습이 답답하다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김남길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봤고 저도 연기하며 답답했던 때도 있었다"면서도 "이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복수를 반복하면서 극한으로 치닫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이고, 저 역시 그게 맞는 생각이라고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열혈사제' 시리즈에 이어 연달아 정의의 사도 역할을 맡았다.
김남길은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좀 더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며 "그런 생각이 확장돼서 이런 캐릭터를 맡게 된 것 같은데, 의도한 바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게도 비겁한 모습이 있는데, 그런 역할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아주 비겁하게 잘 해낼 수 있다"고 웃음 지었다.
김남길은 장르물에 잘 어울리는 배우로 꼽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로맨스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도 했다.
"다음에는 액션이 가미된 누아르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액션 연기를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습관적으로 맞고 때리는 장면이 연상되는데, 그러니 액션이 들어간 로맨스였으면 좋겠네요."
◇ 김영광 "명대사는 '문백이는 참지 않지!'"
'트리거'에서 매사 진중하고 고민이 많은 이도 옆에 붙어있는 사람은 문백이다. 처음에는 미스터리한 조력자로 등장하며, 함께 사건을 헤쳐 나가지만 극 말미에선 이 모든 일을 일으킨 빌런(악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김영광은 가슴에 복수심이 응어리져 있는 시한부 악당 문백을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장난기 많으면서도 섬뜩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그는 "문백이란 인물은 이중적인 면이 있다. 처음에는 갑자기 이도 앞에 나타난 '초딩'(초등학생) 같은 이상한 애처럼 보이고 싶었다"며 "뒤에는 섬뜩해지는 빌런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문백의 개구쟁이 같은 인상은 대사와 표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영광은 "스스로를 삼인칭으로 칭하는 '문백이는∼' 같은 대사가 너무 부끄러웠지만, 감독님이 강하게 주장해서 몇 번 했다"며 "명대사는 역시 '문백이는 참지 않지'다. 다른 멋진 대사들보다도 사람들이 이 대사를 좋아하더라"고 웃었다.
시한부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피폐해지는 모습을 표현해야 해 그는 스타일링에 대한 의견도 많이 냈다.
김영광은 "제가 원래 새치가 많은 편인데 이를 그대로 살리고, 일부분 더 하얗게 칠하기도 했다"며 "극초반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메이크업은 좀 더 초췌해지고, 대신에 의상은 더 화려하게 입으면서 스스로를 감추려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에 출연 중이다.
올해 SBS 드라마 '귀궁'에 특별출연했고, 9월에는 KBS 2TV 드라마 '은수 좋은 날'에 이영애와 함께 출연한다. 10월에는 코미디 영화 '퍼스트 라이드'로 관객을 만나고,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 주연으로도 캐스팅됐다.
그는 "특별히 기준이나 장르를 정하지 않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고 있다"며 "더 다양한 작품에 나가는 싶은데, 기회가 된다면 '혹성탈출'이나 '판의 미로'처럼 판타지 작품에서 분장을 많이 하는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