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권순관 "푹 끓인 장인의 국밥 같은 음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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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음반 '여행자' 이스라엘서 영감…6분 길이 타이틀곡 등 서정적 음악
숏폼 시대지만…"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쉬어가듯 감상하길"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빠른 음악을 추구하는 흐름을 쫓아가 보려는 노력도 했는데,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저는 나만의 것, 오래 푹 끓인 장인의 국밥 같은 음악을 추구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밴드 노리플라이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 권순관이 지난 15일 발매한 솔로 미니앨범 '여행자'는 요즘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와는 어울리지 않는 음반이다.
타이틀곡은 6분이 넘는 재생 시간 동안 한 편의 시처럼 쓴 가사를 천천히 읊조리고, 수록곡들 역시 빠르지 않은 박자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권순관은 이처럼 대중적인 유행과는 거리를 둔 음악이 그의 진심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어쿠스틱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들로 채워진 이번 음반으로 마음속 여유를 되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순관은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뮤직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각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잠시 쉬어가듯 듣는 앨범"이라며 "다른 일을 하며 듣거나 조용히 생각에 잠겨 편하게 앨범을 감상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순관이 2020년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솔로 음반 '여행자'는 그가 2022년 한 달간 떠났던 여행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활동이 끊기며 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뒤 앨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해변에서 노을이 진 지중해를 한 시간 동안 바라보며 경험한 적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다"며 "음악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앞만 보면서 달려왔는데, 이대로 머물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행을 통해 여유를 되찾은 그는 이때 느낀 감정을 음악에 담는 데 주력했다. 타이틀곡 '여행자'도 구태여 곡 길이를 줄이기보다는 흐름을 느슨하게 유지하는 편을 택했다.
권순관은 "길을 돌아가고 일정이 늘어지는 것마저 여행의 일부인 것처럼 이 곡도 듣다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흘러가듯 듣길 바랐다"며 "원래라면 가지를 쳐내고 간결하게 했겠지만, 이번에는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그림을 그리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그는 가사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파리 에펠탑에서 느낀 감정을 풀어낸 '에펠타워'(Eiffel Tower), 끊어진 인연을 되돌아보는 '시절인연' 등 수록곡은 적절한 비유로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권순관은 "노래 속에서 장면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비유적 표현이 나온다"며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처럼 청자들도 곡의 흐름을 함께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사를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탄생한 노래들이 재미있는 음악을 즐겨 찾는 추세와 부합하지 않는다 해도 여전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좋은 가사, 깊이 있는 문장을 찾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좋은 가사를 찾는 사람들이 적어 보이지만, 저는 음악 본연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자극적인 것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오히려 사람들은 깊이 있는 문장을 목말라한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노리플라이로 데뷔한 권순관은 꾸준히 밴드와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달 다른 가수를 섭외해 협업곡을 발표하는 '신스 오브 어 모먼트'(Scenes of a MOMENT)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는 그는 당분간 솔로 활동에 치중하며 진솔한 가사와 진심을 앞세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편지를 쓰듯 전하는 가사, 억지로 꾸미지 않은 가사를 쓰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드릴 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마음을 다하려 합니다."